심부름X 미션O
오전 10시 20분.
와이프한테 연락이 왔다.
"도서관에서 책 한 권 대여해 와 줄래?"
나에게 미션이 생겼다.
심부름이 아니다. 미션이다.
거리를 계산해 보니 왕복 5km.
'뛰어 갔다 올까?'
하지만, 조금 뒤 12시에 피아노 레슨이 있다.
신호등이라는 변수도 있고,
뛰고 와서 샤워하고 나면 레슨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사실, 귀찮기도..)
그렇게 10분 넘게 침대에서
작전계획과 성공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했다.
결국 뛰어 가기로 결정했다.
급하게 세수하고 양치하니 시간은 벌써 10시 40분.
책 빌리고, 집 와서 샤워하고, 피아노 학원 가려면...
아무리 늦어도 11시 40분까지는 집에 도착해야 했다.
나가기 전에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책을 가져와야 하는데, 백팩을 들까? 그냥 손에 들고 뛸까?
마침 옆에 책이 있어서 들고 뛰는 시늉을 해봤다.
'음. 그냥 들고 뛸 만 한데?'
백팩 없이 출발했다.
생각보다 러닝 컨디션은 괜찮았다.
나는 원래 1km당 10~11분대 슬로러너인데,
오늘은 타임어택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어차피 신호등에서 잠깐씩 쉴 수 있으니까,
오늘만큼은 이 속도로 달려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흐름이 끊기는 게 오히려 아쉬웠다.
(후에, 미션을 끝내고 스마트워치를 보니 8~9분대 페이스였다.)
그렇게 신호등과 싸우듯 달려
도서관에 도착해서 책을 빌리고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11시 10분.
내가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올 때는 괜찮았는데, 갈 때는 혹시 지쳐서 늦으면 어떡하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분명히 아까보다 천천히 뛰는 것 같은데,
심박수가 높은 상태에서 안 줄어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알고 보니 올 때는 완만한 내리막이었고,
갈 때는 완만한 오르막이었다.
그래서 더 힘든 것이었다.
조금 걱정됐지만, 어쩌겠냐 싶었다.
지각하면 안 되니까 열심히 뛰었다.
도서관 올 때는 신호등이 걸려서 아쉬웠다면,
집에 갈 때는 신호빨을 잘 받아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신호가 걸리면 죄책감을 덜 느끼며 쉴 수 있지만,
신호가 걸리지 않으면 계속 뛰어야 한다.
오히려 아슬아슬하게 신호가 걸려서
전속력으로 뛰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재미있었던 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뛰었는데도
생각보다 뛸 만했다는 거였다.
'어느새 체력이 많이 늘었구나.'
새삼 느꼈다.
한 달 조금 넘게 열심히 뛰었던 보람이 느껴졌다.
결국 집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조금 넘었다.
목표했던 11시 40분보다는 일찍 도착했다.
미션, 완료.
와이프에게 책 빌린 인증샷을 보냈다.
곧 답장이 왔다.
"고마워."
그걸로 충분했다.
타임어택의 긴박함도,
오르막길의 심박수도,
나만의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시계를 보니 피아노 레슨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꿀 한 스푼으로 배를 달래고,
서둘러 샤워실로 향했다.
그렇게 하루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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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
- 순 러닝 거리: 4.51km
- 순 러닝 시간: 38분 42초
- 평균 페이스: 8'34"
- 칼로리: 334kcal
1km: 8'07" (최고 기록!)
2km: 8'53"
3km: 8'38"
4km: 8'29"
오늘은 조금 빨랐다.
하지만 뛸 만했다.
내 체력을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