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하루, 엄마와 나의 기차 여행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파리 리옹역(Gare de Lyon)에서 리옹을 거쳐 바르셀로나까지,
약 7시간에 걸친 긴 이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전날,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를 꽉 채운 터라
혹시나 엄마가 피곤하시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나는 이른 아침, 조용히 일어나 짐을 다시 점검했다.
파리에서 리옹까지 가는 Trenitalia 열차는
사전 정보가 적어 걱정이 많았지만,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물으며 무사히 탑승했다.
좌석은 마주 보는 구조였고,
조용한 칸 속에서 창밖 풍경은 유럽의 이국적인 정취로 가득했다.
우리 앞에 앉은 외국인 노부부는 말없이 다정했고,
그들 사이의 미소 하나에도 묘한 위로가 묻어났다.
물론, 할아버지의 긴 다리가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웃음이 났다.
리옹 역에 도착해 다음 열차인 바르셀로나행 Renfe 국제 열차를 확인한 뒤,
엄마와 함께 근처 카페에 들렀다.
전날 빗속을 오래 걸었던 탓인지
내 몸은 서서히 무거워졌다.
그때, 엄마는 조용히 따뜻한 음료를 건네주셨고
아픈 내 옆을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주셨다.
그 따뜻한 손길 하나에 조금씩 기운이 돌았다.
바르셀로나행 열차는 5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예매할 때,
엄마를 위해 1등석을 선택해두었었다.
엄마는 탑승 후, 넓은 좌석과 뻗을 수 있는 다리를 보며
“비즈니스석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 순간, 아. 내가 돈을 버는 이유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기차 안에서는 미리 준비한 태블릿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여드리고,
간식과 음료를 꺼내 함께 나눴다.
긴 여정이었지만,
엄마와 함께여서
그 어느 때보다 포근하고, 편안한 하루였다.
.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편했으면, 그 정도였다.
그런데 엄마는 진심으로 행복해하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알았다.
내가 지금 엄마에게 무언가 해드리고 싶어하는 이 마음처럼,
엄마도 나를 그렇게 사랑해오셨겠구나.
어릴 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채고
나보다 먼저 챙겨주시던 엄마의 눈빛을
나는 이제야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짐했다.
다음에는,
엄마를 비행기에서도, 열차에서도,
모든 좌석 1등석에 태워드리겠다고.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안락하고 찬란한 자리는
내가 만들어드릴 수 있기를.
부족한 나지만,
이번 여행에 기꺼이 발맞춰 와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