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흩어지지만, 말의 온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자리를 옮긴다.
깊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지만
사실은, 시간은 우리를 훈련시킨다.
잊는 척, 무뎌진 척,
더 이상 그날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많은 기억을 만든다.
그것이 고요한 아침의 찻잔 같기도 하고,
폭우가 내리던 밤의 숨죽인 울음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걸 추억이라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 상처라고 부를 것이다.
또 어떤 날엔, 회상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만큼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더 아름다워진다.
기억은 그렇게 이름을 바꿔가며
우리 안에 남는다.
어떤 기억은 향기로 남고,
어떤 기억은 냄새도 없이 스미다가
문득, 어느 계절에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말 한마디가 그렇게 중요해진다.
낯선 이의 말 한마디가
그날의 내 온 삶을 다 어루만질 수도 있고,
아끼던 사람의 단 한 줄이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되기도 한다.
말은 날아가지만,
그 말에 묻은 온기나 날카로움은
오래도록 뼈에 스며든다.
사과보다 오래 남는 건 말의 결이다.
사랑보다 깊은 건 말의 온도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억은 기도로 남겨두고 싶다.
어떤 기억은 그냥 모른 척 두고 싶다.
그리고 어떤 기억은 끝내 품고 가기로 한다.
기억이란, 결국 나를 만든 조각들이다.
버릴 수 없고, 바꿀 수 없으며,
다만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나를 울게 했던 장면,
나를 웃게 했던 그날의 햇살,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던 그 밤의 공기까지.
그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를 완성시키고 있다.
우리는
잊어서 사는 게 아니라,
기억을 끌어안고
다시 걸어가는 존재다.
때로는 그게
가장 다정한 방식의 생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