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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작가 Aug 31. 2024

나는 여행이 싫다.

해외에 사는 주제에

저는 지금 여행업에 종사하지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마 내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아는 사실.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 이 자식, 여행업에서 일하면서 여행을 싫어한다니! 지금까지 적은 여행 포스트나 여행정보는 다 거짓이었던 것이냐! 정확히는 여행보다는 집을 더 선호한다는 것인데 혹시나 여행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분들에게는 죄송하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성격은 성격이다. 나는 여행보다 집을 더 좋아한다.


정말 싫어하는 표정


 그럼 나는 왜 여행을 싫어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우선 익숙지 않은 곳에 가는 게 싫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곳에 가면 에너지가 빠지는 타입. 그래서 평상시에도 안정적인 생활패턴을 추구하는지라 늘 먹던 것, 늘 가던 곳을 간다. 그런 나에게 여행이란, 즐거운 추억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보다는 '일상'의 순환에서 벗어나 모험 혹은 탐험에 가깝다. 더군다나 생각보다 겁도 많아서.. 가서 사고가 나면 어쩌지? 가방을 잃어버린다면? 인종차별 당하면 그냥 끙끙대야만 하나? 등등..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사서 하는 참 피곤한 성격. 아쉽게도 이게 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가는 촬영스팟에 관해서는 ‘에이, 가서 어떻게든 찍으면 됨 ㅋㅋ.’이라며 기준이 관대하다. 그 기준.. 여행 쪽에도 조금만 주면 안 되겠니?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여행에 투자하는 돈의 가치를 나 자신이 못 느끼고 있다. 여행을 가면 그것만으로 얻는 것들이 있다고 하지만 먼 훗날 기억이 나지 않을 4박 5일짜리 여행을 가느니 그 돈을 아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매하는 게 더 투자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무언가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긴다니. 이쯤 되면 나의 MBTI가 INFP가 맞나 의심이 간다.


 세 번째 이유는 바로 일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여행업에 발을 담가서 그런 걸까? 뭐든지 일이 되면 싫다는데 아마 그 영향이 큰 것 같다. 실제로 사회 초년생 때, 대부분의 해외행 비행기는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나 일 때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을까? 해외에 나가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러 가는 것이 아닌, 일 때문에 간다고 생각하면 막상 해외에 대한 생각과 기대감이 떨어지고, 그 생각이 지금의 몸에 찌꺼기로 남아, 지금은 '여행 가자'라는 말만 들어도 '으으!'하고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서른이 되면서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걸까? 여행이 즐겁다. 막 내가 먼저 준비하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 건 아니지만... 여자친구와 다녀온 나고야, 친구들과 다녀온 히타나 한국의 글램핑, 혼자 다녀온 오사카 여행 등, 요 근래 다녀온 여행들을 생각하면 즐거웠던 기분과 추억이라고 불릴만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마 내가 먼저 여행을 가자고 하는 건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글을 적는 이 순간에는 사람들이 왜 여행을 가고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다녀오고 짐 정리는 너무 귀찮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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