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옷작가 Aug 28. 2024

언제부터 외로웠나

나와 사는 사람의 뒤늦은 깨달음

빨리 와-! 심심해! 그냥 담주에 오면 안 돼?

 

 후쿠오카에 있는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칭얼 대는 나. 예전 같았으면 여자친구가 했던 대사인데 지금은 내가 하고 있다. 혼자 홋카이도의 삿포로에 온 지 3일 차. 어느 정도 집안 정리도 되었지만 삿포로라는 동네를 잘 모르기에 지리도 익힐 겸, 걸어서 삿포로역 근처의 카페까지 다녀왔다. 길은 잘 찾지만 아직 낯선 풍경에 구글맵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힘겹게 익숙한 브랜드의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았고,  1시간 정도 사진을 편집하며 블로그에 글을 썼다. 한국에서 많이 했던 그 루틴이다. 


 간만의 작업시간에 집중이 잘 되어서일까? 생각보다 빠르게 할 일을 마치고 노트북을 닫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브랜드의 카페이지만 그럼에도 낯선 풍경. 지겹게 온 일본이지만 늘 보던 일본이 아닌 곳.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마음 한 구석에서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그것도 잠시. 지역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가, 가까운 곳에 삿포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높이 173m에서 본 삿포로 시내의 풍경은 계획도시라 그런지 도로가 쭉쭉 뻗어 있었고 불빛도 생각보다 많아서 멋졌다. 이 멋진 풍경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열심히 사진도 찍고 SNS에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려는 그 순간, 카페에서 느꼈던 [설명하기 힘들었던 낯선 감정]의 정체를 알아냈다. 


 '아, 나 지금 외롭구나.'


 집을 나와서 산지도, 일본에서도 산지도,  오래되었지만 처음 느껴보는 감정, '외로움'. 고등학교 때, 서울에서는 친구들이. 후쿠오카에서는 여자친구와 직장동료, 지인들이 있었지만 이번 홋카이도는 친구도 지인도 없이, 달랑 몸뚱이와 짐만 몇 개 가지고 혼자 왔다. 더군다나 집은 넓은 데다가 동네는 조용-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외로움이 커져갔나 보다. 무의식적으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도 안 들어가고 전망대에 올라갔으나, 넓은 홋카이도의 풍경을 보며 여기에는 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이 밀려들어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어 이 감정을 달래고 싶었다. 그래도 다들 바쁜 불금인데 전화도 받아주고. 인복도 많다, 난.


 온 지 고작 3일 되었는데도 벌써 이런 감정이라니! 생각보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었나 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자친구가 5월 말일쯤에 와서 한 달 있을 예정이다. 그래도 그전까지는 진짜 일본 워홀 처음 온 사람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음식이 맛있고, 볼거리가 많으면 뭐 하나. 내 카메라에는 사람이 안 찍혀있는데.


 p.s 그런데 글을 적자니 문뜩 또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홋카이도는 안 되면서 후쿠오카는 괜찮은 건가?'. 음.. 아마 후쿠오카에는 오래 살면서 지인도 많이 살고 풍경도 익숙해졌으니 그런 게 아닐까? 삿포로에 오래 살면 또 바뀌려나? 그래도 내가 후쿠오카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과 가까워서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