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옷작가 Sep 04. 2024

당신의 하루는 얼마인가요?

사람마다 다른 하루의 가치.

 가이드일 나가면 하루에 얼마 받냐?


가이드 일 나가서, 손님에게 팁 받은 기쁨의 사진.


 예-전에 한국에 살 때, 친구에게 받은 질문이다. 코로나 이전,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너스 수당같은 느낌으로 여행가이드 일을 나가면 가이드 일당을 받았는데 일일버스투어 기준 하루에 만 오천엔을 받았고, 거기에 팁을 받으면 +a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환율로 따져보면 하루에 15-16만원은 받는 것이다. ‘하루에 만 오천엔이면 많이 버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친구에게 부러운 마음이 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지만 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생각보다 적은데?’


 ? 하루에 만 오천엔. 한화로 대충 150,000원.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시기가 촬영보다는 알바로 연명하던 시기여서일까? 나에게는 정말 큰 돈이었지만 친구에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가이드 일을 나가면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니다. 투어 출발이 아침 8시 30분이면 보통 2-30분전에는 미팅장소에서 손님들 안내를 드려야하며, 도착하는 것도 그러면 18시 혹은 19시를 넘겨버릴 때도 있으니, 하루를 꼬박 사용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모든 시간을 전부 손님들과 같이 붙어있는게 아니라, 손님이 자유 관광을 하고 있으면 나도 휴식시간이 생긴다. 막노동 노가다처럼 하루를 전부 빡쌔게 하는게 아니라는 마음에  ‘일이 생각보다 널널해-’라며 그 당시에는 친구에게 작은 반박을 보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렇게 말하는 나에게 반박을 보내고 싶다.


 생각이 바뀐 가장 큰 계기는 바로 나의 '일'을 하면서다. 서울에 살 때는 일이 적어서 촬영으로는 많이 못 벌었지만 일본에 와서는 촬영 한 건이 가이드 일 나가는 하루 일당과 거의 비슷하니, 내 입장에서는 가이드일보다는 촬영예약이 더 좋은 것이다. 하루 2건만 (감사하게도) 들어오면 가이드일보다 편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돈을 버는 것이니. 촬영이 한 달에 18건정도 들어오면서 이제서야 그 때의 친구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 때의 친구는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나의 하루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으니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이드 일을 나가고 있다. 놀면 뭐하냐는 심정으로 촬영이 빈 날에 나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크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정욕구다. 친한 친구들은 이미 (아니 사실 그 친구들 때문에 알게 되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칭찬받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남들의 몇배로.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인정을 받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인가? 가이드 일을 나가서 손님들에게 도움을 주면 그건 그거 대로 보람을 느낀다. 또 지금 일하는 곳이 아는 형님의 제안으로 들어온거라 내가 잘할 수록 회사에서도 좋게 봐주고, 나를 추천해준 형님도 좀 체면이 서겠지. 그렇게 나는, 하루 일당보다는 보람을 느끼는 재미 때문에 가이드일을 나가고 있다. 또 말하는 것도 좋아하기도 하니. 어찌보면 천직이 아닐까도 싶다.


 어디서 들은 재미난 이야기로, 빌게이츠가 길가다가 멈춰서서 땅에 떨어진 10만원을 줍는 것은 빌게이츠에게 손해란 이야기가 있다. 서울에 살 때의 나에겐, 하루 일당 15만원은 정말 정말 큰 돈이었지만 어찌저찌 촬영으로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은 가이드 일은 손해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그런 돈보다는 보람이 크기에,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나의 하루는 그렇게 비싸지않지만 싫지만은 않다.


-2024년, 프리랜서 생활 중.

이전 04화 나는 여행이 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