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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작가 Aug 24. 2024

찍는 건 쉬어도 찍히는 건 어려워

사진작가도 어색합니다

작가님-! 저번에 찍은 사진 보내드려요!


 스냅 촬영을 나가면 가끔씩 손님들이 소품으로 필름 카메라를 가져오신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부터, 이번 여행을 위해 사 온 오래된 필름 카메라까지. 손님이 다양한 만큼 카메라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게 가져오신 카메라를 소품 삼아 사진을 찍는데 이따금씩 그 카메라로 나를 찍어주시는 손님들이 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 너머로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타인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려니 렌즈가 고래의 눈처럼 커 보였다. 어색하게 끌어올리는 입꼬리를 가리기 위해 나는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듯한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억에서 지워질 때쯤, 손님들이 필름을 현상해서 찍은 내 사진을 받으면 그리 어색할 수가 없다.


 일본에 살면서, 서울에 살 때 보다 사진을 찍힐 일이 많아서일까? 요즘따라 프레임 속의 나의 모습이 세상 부끄럽다. 특히나 저번 노량진 친구와의 여행 때, 친구가 나를 찍어줬는데 와. 아주 가관이었다. 머리는 왜 저렇고, 다리는 왜 저렇게 했나 싶으며 시선은 또 어디를 보는지. 손님들을 디렉팅 할 때의 기억을 되살려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다고 했는데 사진 속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손님들도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까? 본인들이 봤을 때는 사진 속 본인의 모습이 어색하고 부끄러운데 옆에 있는 작가 놈은 잘 나왔다고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입에 발린 말처럼 보였을까? 가증스러운 녀석.


  변명을 몇 자 적어보자면, 내가 찍은 손님들의 모습은 정말 잘 나왔다. 뒤돌아보며 웃는 사진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진 등. 내가 봤을 때는 정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손님들은 본인들 얼굴이 안 나온 사진을 더 좋아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이 아마 내가 내 사진을 볼 때 느끼는 그 감정이겠지. 남의 사진을 볼 때는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멋지지만 본인의 사진을 보면 정면보단 측면을. 측면보단 후면을. 얼빡보단 전신을. 전신보단 풍경을 좋아하게 되는 이 아이러니함. 아마 나는, 아니 우리는 평생 각자의 얼굴을 어색해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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