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오늘은 카메라를 가지고 왔어.
이 카메라는 말이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쳐다본다.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 폰보다는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게 더 멋스럽고 묵직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은
도시와는 거리가 먼 시골이었으니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선생님의
모습이 조금은 특별해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아이와 나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어떤 날은 카메라를 내밀어
"이번에는 네가 사진작가고 내가 모델이다."
혹은
"자연이 모델이야. 찍고 싶은 걸 찍어봐."
내밀었다.
쑥스럽게도
수줍게도 받아들였던 아이들의 표정에서
내가 건넨 사소한 표현이 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었겠구나 라는 사실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미술은 어떤 역할이 있을까
나는 오늘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