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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여름 Mar 11. 2023

14. 소나무 숲 사이 자작나무

소나무 숲 사이 자작나무 같은 이야기

어린 시절 햇빛이 쫓아와도 상관없이 흙을 만지고

풀을 뜯어 그릇에 담아

아빠는 네가 하고 엄마는 내가 하는

소꿉놀이 같은

따뜻한 날들을 생각하다가 소나무 숲을 보았다


사시사철 푸르구나

입으로 소나무를 보았고

눈으로는 사이사이 자작나무가 보였다


어떻게 소나무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자랐을까

햇빛에 녹색 잎들은 환호했지만

그 그늘에 자작나무는 숨어있었구나


계절이 바뀌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꽤 꽤 묵은 고정관념도 무뎌질 때

소나무 숲 사이 자작나무가 생각났다


더 자라지 못했을지도

소나무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자작나무 몇 그루가

눈을 먹고 자라나는 나무인 것처럼

겨울을 환호하고 있었다.


이제 더는 소나무 숲이 아니었다


계절이 바뀌고

묵묵히 기다린 덕분일까


소나무 숲 사이 자작나무 같은 이야기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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