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추석이 오기 전
벌초, 이장, 화장, 파묘
추석즈음
등장하는 현수막이 있다
일상의 나열은 아니다
잊고 지내다 불현듯 일어나는
슬픈 바람
그래 죽는 순서는 없다지
그래 죽은 사람은 입이 없다지
울어도 웃는 거야
웃어도 우는 거야
산 사람은 살아져
그 길이 가시밭길이래도
해는 지고 밤은 오고
잠이 들면 꿈을 꾸고 꿈속에서 만나
깨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사라지지 않게 해 주세요
그러다 눈을 뜨지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건
꿈이 아닌 증거 같아 다행이야
나무 기둥 사이 등장하는
벌초 이장 화장 파묘
낯선 단어의 조합은
죽음을 가리켜
바람이 선선해지면
어떤 마음들
잘 지내는지
기억하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