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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여름 Apr 03. 2023

16. 추석이 오기 전

벌초, 이장, 화장, 파묘

추석즈음

등장하는 현수막이 있다


일상의 나열은 아니다


잊고 지내다 불현듯 일어나는

슬픈 바람


그래 죽는 순서는 없다지

그래 죽은 사람은 입이 없다지


울어도 웃는 거야

웃어도 우는 거야


산 사람은 살아져

그 길이 가시밭길이래도


해는 지고 밤은 오고

잠이 들면 꿈을 꾸고 꿈속에서 만나


깨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사라지지 않게 해 주세요

그러다 눈을 뜨지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건

꿈이 아닌 증거 같아 다행이야


나무 기둥 사이 등장하는

벌초 이장 화장 파묘


낯선 단어의 조합은

죽음을 가리켜


바람이 선선해지면

어떤 마음들

잘 지내는지

기억하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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