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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여름 May 23. 2023

눈물바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지만,

최근에 사진첩을 보다가

아주 서럽게

보란 듯이 울고 있는 내 사진을

한 장 발견했다.


초등학교 때 집 마당에서

언니의 생일 파티를 해주는 걸 알고

언니만 생일 파티해 준다고  서럽게

울었던 모습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사진을 보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서럽게 우는데 그 우는 모습이

예쁘다고 찍는 부모들이 참 많다.

나 역시도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나의 부모님도 그런 나의 시절을

참 예뻐하셨구나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나는 굉장히 굉장히 눈물이 많다.

최근에는 드라마 볼 때 훌쩍이는 것 말고

정말 힘들거나 슬프거나 아파서 같은 이유로 울지 않았다.

울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울 시간이 선뜻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다리 뻗는다는 말처럼

이상하게 이 속담이 생각난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나는 심히 펑펑 울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그렇게 울었다.

울었던 이유는 삶에 대한 고단 함이었던 것 같다.

물론 계기가 있었지만, 내 마음속 눈물이 홍수가 난 건 그 고단함이 누구나 쉽게

공감하지만 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누구나 그렇게 살아

누구나 그 정도는 힘들어

누구나... 그 누구나 그렇게 사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어렸을 때는 우는 모습도 '아이 예뻐라' 하고 사진으로 남겨둔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우는 모습은 누가 감히 찍지 않는다.

물론 찍힐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우는데 오른쪽 가슴 아래뼈도 아픈 것 같고

손가락 마디도 저려오고

내 몸뚱이도 아프다고 우는 것 같아 더 펑펑 울었다.


울고 나서 어땠냐고 묻는다면

울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아마 운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게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울고 싶을 때 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마음속에 있는 찌꺼기들이 조금이나마 흘러 보내 지기 때문이다.


추신

4월, 5월은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대신 동화를 조금 썼다.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다.

그림을 조금 그리고 글을 같이 올려야지 하니

더 자꾸 미루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안 되겠다 싶어서 먼저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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