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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여름 Jan 10. 2023

4. 소문 무성한 아들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말동무

말동무


토마토가 싱싱해요

먹기  좋게 썰어

설탕 듬뿍 뿌려 내어 드리니


입속에 넣어 오물오물

과즙이  줄줄 턱으로 졸졸


이러니까 손수건 받쳐야 한다니까


오메 내가 얼마나 깨깟한 사람인디

호들갑 떠는 손이 덜덜 입 주변을 닦는다


오늘도 전화 왔어

전화 왔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서울로 대학 갔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에 취직했지


소문 무성한 아들 이야기 시작하더니

더러운 욕을 줄줄이 뱉어내


덩달아 씹어주니

이제 나를 향해 욕을 뱉어내


내 아들이 어떤 아들인디 함부로 지껄인대

너 다니는 거기 시방 어디야

전화해서 싸가지 확 잘라블게 할라니까


나를 밀치며 고래고래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잘 거야

당장 가

다시는 오지 마


뒤돌아선 등에 대고

인절미 사서 올까 꿀떡 사서 올까 물으면

아까 말은 꿀꺽 잊어버리고

꿀떡 사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보며 말한다


분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눈빛이 잠깐 번쩍일

전화는 먹통 된 지 오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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