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기운 속에서
그날 나는
핸드폰도 없었고,
시계도 없었고,
심지어
존재조차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24시간 전에 연락했고,
친한 언니의 집 앞에서
두 시간 동안 기다렸다.
그 언니는
내가 거기 있는 걸 알았다.
봤다고 했다.
근데
나는 선택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그림자보다 뒤였고,
기다릴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고,
없는 사람처럼 취급당했다.
세상에 나만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집 두부가 있었고 그런 두부를 위해 그 언니를 계속 기다렸다.
우리 집에는 시계가 없는데
우리 두부 정체된 공간에서 있지만
내가 가면 거긴 흐르기에
두부야 조금만 기다려라고 마음속으로 두부의 마음을 울렸었다.
그렇지만 그림자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공기는 멈췄고,
마음속 어딘가가
툭— 꺼져버렸다.
근데,
그 침묵을 먼저 알아본 한 사람이 있었다.
그 건물 경비아저씨.
CCTV를 보고
내가 두 시간 동안 서 있는 걸 봤다고,
말없이 이만 원을 내 손에 쥐여주셨다.
그 손이 따뜻했다.
그 손이 말했다.
“이거 갖고 오늘 가서 자라고. “
그날 나는,
사람한테는 없던 존재였지만
한 사람의 시선 안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분은 그 그림자를 봤지만 내 마음이 아플걸 알기에 모른 체하신 걸 난 이제야 알았다.
그런 언니가 내 폰을 가지고 있었고
잃어버린 내 폰을 왜 언니가 갖고 있지 이유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나는
남자랑 있다가 내 폰의 기운은 더러워졌고 폰을 이틀이나 지나서야 받았다.
받은 나는 기분이 내면해커 당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분께
고맙다고 편지도 썼고 5만 원을 편지 안에 넣었지만
그 집엔 끝내 전하지 못했다.
그곳은 그림자가 사는 집이었다.
사람을 외면하고,
존재를 지워버리는 이름 없는 영혼의 것.
그래도 경비아저씨한테 나중에라도 이 브런치북이 진짜 만질 수 있는 책으로 완성된다면 너무 감사했다고 내 진심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