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았던 내 집의 전기는 나랑 같이 고장 났었다.

이제는 그 집한테 고마워 많은 경험을 시켜줘서

by 시현

혼자 살던 그 집.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다.

불이 자주 나갔고,

센서가 안 켜졌고,

전기 제품들이 하나둘씩 멈췄다.


처음엔 그저 집이 낡아서 그런 줄 알았다.

배선이 문제겠지,

전기 사정이 안 좋겠지—

근데 시간이 갈수록 느껴졌다.

그건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그 집은

나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었다.


그날 내가 무너진 밤엔

형광등이 깜빡였고,

내가 울다 지친 날에는

현관문 센서에 사람이 있어야 들어오는 센서인데 혼자 꺼졌고 그런 난 침대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연락처에 있는 나한테 깊은 척하는 애들이 그땐 진짜인 줄 알았기에 걸어봤지만 다 튕겨버렸다.

날 그대로 무시하고 sns스토리에는 술 먹는 사진을 올렸었고 그걸 난 다 지켜보았다.

무서운 시간 속에 추운 마음으로 벌벌 떨고 방의 온도계는 15도였다.


작년 겨울.

그런 난 다 알았었고 나 혼자 늘 춥고 무서운 시간 속에 보냈었다.

말없이 앉아 있던 오후엔

센서등이 한 번도 켜지지 않았다.


기계는 나보다 먼저 반응했다.

내 감정을 받아냈고,

그 집은 나처럼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말은 안 했지만

감정은 퍼져 있었다.

전기가 끊기듯

나는 안에서 하나둘씩 꺼지고 있었던 거다.


그 집이 나빴던 게 아니라

그 집 안의 공기마저

내 감정의 무게에 잠겨 있었던 거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너무 많은 어둠을 혼자 흡수하면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집은

그걸 고스란히 보여준 거였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불이 먼저 꺼지고,

기계가 먼저 아프다는 걸 보여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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