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딱히 외롭지 않지만

이무진 - 자취방

by 여백

내 청춘의 대부분은 작은 원룸 자취방 속에 담겨있다.

나에게 자취방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나의 보금자리이자 일상이 담겨있는 곳. 곰팡이 가득한 곳에서 꽤 넓은 방까지 오는 동안의 시간이 배어있는 공간이다.


생각해 보면 이 방은 치열했어

왜 나는 그리 혼자 쓰러져가며 싸웠어

상대가 없어서 이기지도 못했어

대체 왜 난 누굴 위해 그랬어



첫 자취방은 책상 하나, 침대 하나 들어가면 꽉 차는 좁은 방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에 가려 해가 들지 않는, 습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곳. 방음이 되지 않아 이웃들이 어떻게 사는지 고스란히 알 수 있는 곳.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최악의 시기를 보낸 곳. 표현하자면 그런 곳이었다.

이전 글들에서 구구절절 이야기 한 우울증, 공황장애 등등... 모든 시작이 바로 이곳이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밥 먹을 돈이 없어 편의점에서 폐기 음식을 받아 배를 채웠고, 아르바이트는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다. 겨울에는 웃풍이 들어 패딩에 후리스까지 껴입고 겨우 잠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공허함이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집에 들어와도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면 감도는 적막만이 나를 맞이했고, 곧 공허함을 실감하게 했다.

대체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을까. 꿈을 위해 왔지만 꿈보다 생존을 위해 더 발버둥 쳤던 것 같다.


아파야 했던 눈물 흘려야 했던

여러모로 짙어질 많은 흉터를 새긴 후

적막아 잘 있어라는 한 마디의

서투른 작별 인사를 마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이사도 여러 번 했다. 환경이 바뀌어도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곰팡이와 돈벌레, 바퀴벌레를 룸메이트 삼아 살아왔다. 아무리 집을 치우고 방역을 하고 소독을 해도 떠나지 않는 지겨운 녀석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적막. 새 자취방의 문을 연 순간부터 짐을 싸서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 나와 함께 한다.

텅 빈 공간 속 나 하나 덩그러니 있으니 유독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짐을 빼고 이사 나가는 순간까지도 집에 남아있다 새 집에 들어가려 문을 열면 언제 왔는지 나를 또 맞이하는 이 적막이 참 싫다.


어느덧 일곱 번째 자취방이다. 꽤 넓고 쾌적한 방.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좋은 환경이다.

백만 원의 보증금에 이십만 원도 안 되는 월세에도 벌벌 떨던 그때와는 다르게 몇 배는 비싼 월세도 턱턱 낼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찾아오는 적막도 여유롭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외롭기도 하고, 밤에는 적막함에 잠도 잘 오지 않지만 예전같이 마냥 힘들어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고 코미디 영상을 보면서 정신없이 웃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적막함도 사라진다. 뭐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따뜻한 밤과 이부자리가 있는 가정에서 나와 작은 방에서 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많은 청춘들이 있다.

이 청춘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 이 청춘들에게 이렇게 전해주고 싶다.

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첫 시작점에 있는 것이다.

지금 마주하는 어려움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다. 그러니 당장의 어려움에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

혹시 알겠는가. 훗날 작은 방 한 칸에서 벗어나 누구나 꿈꾸는 그런 집에서 여유롭게 살 수 있을지.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