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정체성을 만드는 퍼즐 조각들

<캐나다 오타와에서 퀘백까지>

by 루미나라

캐나다 여행길에 오른 나와 남편은 이번엔 오타와, 몬트리올, 그리고 퀘벡 시티를 잇는 여정에 나섰다. 이 도시들은 캐나다의 정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장소들로, 마치 한 권의 역사책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캐나다 여행을 하며 나는 이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각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도시가 전하는 독특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행정 중심지라는 딱딱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도시 전체가 마치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동화의 배경 같았다. 특히 드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우뚝 솟은 국회의사당(Parliament Hill)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웅장한 건물이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데려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여기가 바로 캐나다의 심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자연스럽게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졌다.


그러나 진짜 압권은 근위병 교대식(Changing of the Guard)이었다. 이 행사는 일반적으로 여름에(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매일 오전 10시에 진행되는데 국회의사당 앞에서 펼쳐진 이 의식은 그야말로 작은 공연 같았다. 빨간 제복과 까만 모피 모자를 차려입은 병사들이 완벽하게 조율된 동작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우와! 이건 마치 넷플릭스에서 볼 법한 장면 아니야?" 나는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속삭였다. 병사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정교해서, 진짜 병사들이 아니라 공연용 배우들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의식은 단순히 볼거리 그 이상이었다. 과거의 전통을 기억하고, 오늘의 민주주의를 기념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메시지가 이 장엄한 순간에 담겨 있었다.


오타와는 마치 "살아있는 역사 교실" 같았다. 그저 멋진 건물과 의식을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도시 곳곳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국회의사당의 웅장한 외관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고, 국기게양식이나 근위병 교대식 같은 의식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캐나다 정치와 시민 정신의 유산이 현재와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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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향한 리도 운하(Rideau Canal)는 그저 물이 흐르는 길이 아닌, 오타와 시민들의 삶 한가운데에서 역사와 일상이 녹아든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마치 오타와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진짜 ‘문화적 다리’ 같았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여름의 리도 운하는 활기로 넘쳤다. 양쪽 길에는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가르는 사람들, 그리고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운하 위에는 보트들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는데, 이 여유로운 풍경이 도시의 활기와 묘하게 어우러졌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니고, 다른 한쪽에서는 보트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참 평화로웠다.


겨울이 되면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 스케이트장이 된다는데, 얼마나 로맨틱할지! 하지만 여름의 리도 운하도 그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길과 그 위에 떠 있는 보트들, 주변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느긋한 기분을 들게 했다. 계절마다 운하의 얼굴이 바뀌고, 사람들은 그때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즐긴다니, 정말이지 자연과 도시가 이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리도 운하는 이렇게 도시와 사람, 그리고 역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곳 같았다. 한쪽에서는 2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한쪽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유와 행복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걷는 동안 도시와 사람을 잇는 특별한 연결고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런 곳이 매일 내 산책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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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배가 고파져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에 들어서니 오타와의 진정한 매력이 한눈에 느껴졌다. 다양한 상점과 신선한 농산물, 그리고 세계 각국의 요리가 곳곳에 펼쳐져 있는 이곳은, 마치 작은 지구촌이자 오타와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축제 같은 공간이었다.


첫날, 멕시코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매콤한 타코를 한입 베어 물고 시원한 수제 맥주 한잔을 들이켰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현지인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여기 처음이죠? 타코랑 맥주 조합은 바이워드 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예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타코에 대한 찬사와 함께 맥주를 건배하며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즐긴다는 게 느껴졌다.


다음 날엔 향신료 냄새를 따라 인도 음식점에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매콤하고 강렬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주문한 인도 커리를 먹으며 감탄하고 있으니, 음식을 가져다준 인도 출신 주인이 웃으며 '음식은 맘에 드세요? 캐나다에서도 인도 전통음식을 맛보니 어때요?"라고 물었다. 우리는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칭찬했고 어떻게 캐나다에 건너와 음식점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물으며 자연스레 얘기하게 되었다. 그의 따뜻한 미소와 그와 나눈 대화 덕분에, 우리도 잠시 인도 가정의 식탁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날엔 태국 음식이 눈에 띄었다. 풍미 가득한 레드커리에 새콤한 라임과 타이 바질향이 더해진 음식들을 한입 맛보니, 이국적인 향이 가득했다. "이거 정말 맛있어!" 하며 감탄하니,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캐나다인 노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고 "어디서 왔어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우리는 그 노부부와 계속 대화하게 되었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친근해졌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음식으로 연결된 순간만큼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일행 같았다.


바이워드 마켓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장소가 아니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문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오타와가 지닌 포용성과 다양성의 진정한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다른 나라의 음식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느끼며, 문화적 차이와 공존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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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타와에서의 하루하루는 도심 속에서 자연과 함께 춤을 추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아침에는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어, 어디로든 발길을 내딛기만 하면 자연이 뒤따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남편과 웃으며 지도를 펼쳤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메이저스 힐 공원(Major's Hill Park)!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쪽으로는 리도 운하가 고요하게 흐르고, 다른 한쪽에는 국회의사당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공원 한복판에 펼쳐진 푸른 잔디밭은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돗자리 위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는 연인부터, 공놀이를 하는 가족들, 그리고 그늘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다니! 나도 잔디 위에 털썩 앉아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이 풍경을 한껏 즐겼다. 갑자기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여기가 진짜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간이 흘러 여름밤이 가까워지자, 우리는 리도 운하를 향해 노을을 보기로 했다. 운하 주변에는 이미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은 갑자기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고, 벤치에 앉아 있던 이들은 감탄사를 속삭였다. 하늘은 분홍빛에서 주황빛으로 변하며 마치 예술가가 그린 수채화처럼 물들어 갔다. 그 순간, 나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평화로운 일상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이런 곳을 여행할 수 있다니.. 우린 진짜 복 받았다!" 남편에게 속삭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날엔 대망의 하이라이트! 네피안 포인트(Napean Point) 언덕에 올랐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이 벌써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말문이 막혔다. 오타와 강 너머로 펼쳐진 일몰의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늘은 짙은 오렌지에서 보랏빛으로, 그리고 어둠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 순간, 강 위로 한 무리의 새들이 날아오르며 하늘을 가로지르더니, 저 멀리 일몰 속으로 사라졌다. 남편과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이보다 완벽한 순간이 있을까?"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내 마음속에 이 풍경을 영원히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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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에서의 고요하고 품격 있는 여정을 뒤로하고 몬트리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오타와와는 사뭇 다른 에너지로 가득 찬 도시였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리는 거리의 소음, 코너마다 펼쳐진 독특한 음식 냄새, 그리고 현대와 과거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단순한 도시 그 이상이었다. 몬트리올은 마치 정체성과 문화를 실험하는 거대한 실험실처럼 느껴졌다.


도시의 첫인상은 이중 언어에서 시작됐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프랑스어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모습이 마치 두 언어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구 몬트리올(Old Montreal)에 들어섰을 때, 나는 진짜 프랑스의 한 마을에 온 줄 알았다. 코블스톤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고딕 건축 양식의 성당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그 사이사이에 현대적인 카페와 상점들이 끼어 있어 묘한 조화를 이뤘다.


구 몬트리올을 탐험하는 동안, 나는 이 도시의 다문화적인 면모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갓 만든 딤섬 냄새가 코를 간질였고, 리틀 이탈리아에서는 피자와 젤라토가 나를 유혹했다. 그리고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에서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수공예품이 눈길을 끌었다. “여긴 한 도시를 여행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일주를 하는 거 같아!”라고 남편에게 말하며 웃었다.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는 몬트리올은 단순히 다문화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문화를 넘어선 융합의 현장이었다. 물론 한국 음식점도 쉽게 찾을 수 있어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그러나 이 도시가 단순히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몬트리올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프랑스어 사용이 도시 전역에서 권장되며, 거리마다 프랑스 문화를 기념하는 축제와 예술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다문화적이면서도 이렇게 자기 색을 지키려는 노력이 가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몬트리올은 다채로운 문화를 포용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도시였다. 그리고 몬트리올의 상징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웅장한 외관부터 내부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까지, 그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대성당 안에서 천천히 걸으며,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실감했다. 이곳은 몬트리올이 지닌 역사와 영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반면, 현대적인 시내로 발길을 옮기자마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세련된 상점들과 북적이는 레스토랑들은 도시의 현대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여긴 정말 두 개의 도시가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야!”라고 말하며, 과거와 현재가 어깨를 맞대고 조화를 이루는 이 풍경에 감탄했다. 몬트리올은 이렇듯 그 자체로 복합적인 매력을 가진 도시였다. 이곳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신만의 현대적인 정체성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이 도시를 거닐며, 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몬트리올의 독특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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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은 마치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다. 거리로 나서면 작은 골목마다 크고 작은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안에는 예술가들의 손길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가볍게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벽화를 만나고, 가게 안에는 작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움이 가득했다. 마치 도시 자체가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여행자들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거리와 건물들조차도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지는 올드 몬트리올(Old Montreal) 지역에서는 어느 거리에서든 아름다움이 묻어났다. 심지어 아이스크림 가게마저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따뜻한 색감으로 꾸며져,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작은 공간조차도 예술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들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서는 길을 걸을 때마다 예술적 영감이 넘쳐나, 발길을 멈추고 감탄하게 되는 순간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이 도시의 예술적 풍경 속에서도 느껴지는 것은 몬트리올의 다양성과 포용성이었다. 갤러리마다 다른 민족의 예술가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작품을 펼쳐놓고 있었고, 거리 곳곳에는 캐나다 원주민의 전통 예술부터 현대적인 설치 미술까지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었다. 어떤 벽화에서는 프랑스와 캐나다의 상징들이 조화를 이루고, 다른 벽화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가 섞인 독창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조차 도시의 예술의 일부가 되어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어우러지며, 하나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예술의 다양성 속에서 캐나다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경험을 선물해준 몬트리올, 이곳에서 보낸 하루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 같은 여운을 남기며 나에게 깊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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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서의 마지막 날, 마침 몽 루아얄에 오르기 딱 좋은 날씨였다. 한껏 기대를 안고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비치며 산책로를 따스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몽 루아얄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지만, 마치 숲속을 거니는 듯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점점 열리며 몬트리올의 전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Kondiaronk 전망대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시와 강이 한눈에 펼쳐지는 광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시선을 조금 더 멀리 두니, 거기서 놀랍게도 무지개가 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늘 한편에 은은하게 걸려 있는 무지개는 마치 이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선물 같았다. 비 온 뒤 화창한 날씨에 어쩌면 볼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렇게 운 좋게 무지개를 만나게 되다니 정말 행운이었다. 무지개가 걸린 하늘 아래로 몬트리올 시내가 반짝이고, 멀리 흐르는 세인트로렌스강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몬트리올이 가진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도시와 자연이 이렇게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에서,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영감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지개는 잠시 머물다 사라졌지만, 그 순간의 감동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임을 알았다. 몽 루아얄에서 내려다본 이 도시의 풍경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몬트리올의 진정한 얼굴이었다. 이 장면을 가슴에 새기며, 나는 다음 여정을 향해 한층 더 풍요로워진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몬트리올, 너를 잊기란 쉽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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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여행을 마치고 퀘벡시티로 향하는 기차안에서 나는 내심 이곳이 얼마나 다를까 궁금했다. 도착해보니, 역시 퀘벡시티는 몬트리올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어가 주는 우아한 리듬은 여전히 도시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지만, 퀘벡시티는 마치 프랑스 시골 마을의 한 조각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 사람들의 프랑스어 억양은 몬트리올과 조금 다른 듯 했고(남편 말에 따르면), 거리는 프랑스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와, 여긴 정말 다른 세상 같아!"라고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올드 퀘벡시티. 성곽 도시답게 중세 유럽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좁은 돌길과 그림 같은 건물들 사이를 걸으며 나는 그저 눈으로 감상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가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캐나다의 국민 음식, 푸틴! 소문으로만 듣던 그 푸틴을 먹어보겠다는 설렘에 "여기 푸틴 최고!"라는 리뷰가 잔뜩 달린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치즈와 뜨거운 그레이비 소스가 감자튀김 위에 녹아내린 푸틴을 한입 먹자, "너무 너무 맛있잖아~~~!!" 겉바속촉 감자튀김과 치즈의 쫄깃함, 그리고 풍미 가득한 고소한 소스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진정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남편과 나는 푸틴 그릇을 놓고 포크 전쟁을 벌이다 결국 추가 주문을 했다. "이러다 퀘벡시티에서 감자 한 트럭은 먹고 가겠어!"라며 우리는 서로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우리는 쁘띠 샹 플랭(Petit Champlain)으로 향했다. 이곳은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 거리라는데,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퀘백의 문양이 그려진 병뚜껑 냉장고 자석과 애플사이다 술을 들며 "이건 꼭 사야 해!"라고 외쳤고, 남편은 코너에 있던 수제 초콜릿을 잔뜩 사들였다. 거리 한편에서 발견한 프레스코 벽화는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였다. 그 벽화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라, 퀘벡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거대한 타임라인 같았다. 벽 속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정교함에 감탄하며, 나는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남겼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뒤프랭 테라스(Dufferin Terrace)에 올랐다. 이곳은 퀘벡시티의 랜드마크인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과 세인트로렌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완벽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테라스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강을 바라보니, 한없이 넓은 자연 속에서 도시가 하나의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갑작스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지만, 그 순간조차 이 도시가 선사하는 낭만 같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거리 공연자의 기타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테라스의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해 질 녘의 황금빛 햇살이 강 위로 부드럽게 퍼지며, 몽 루아얄에서 봤던 풍경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나는 남편과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이 장면을 마음속에 새기며 속삭였다. “아듀, 퀘벡! 너를 잊지 않을게!”라며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하며, 우리는 다음 여정을 향해 또 한 번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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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먹어 본 해산물 식당 중 제일 맛있었던 곳!



이번 여행에서 만난 오타와, 몬트리올, 그리고 퀘벡 시티는 마치 각각 다른 화법으로 나에게 말을 거는 세 명의 철학자 같았다. 오타와는 "정치와 현대의 경계에서,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거야?"라고 물었고, 몬트리올은 "다문화와 자유로움 속에서도 네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겠어?"라고 속삭였다. 마지막으로 퀘벡 시티는 "과거의 유산을 등에 지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니?"라고 조용히 묻는 듯했다. 이 세 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행지가 아니라, 나에게 시간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대화를 던져준 특별한 장소들이었다.


캐나다의 이 세 도시는 과거를 간직한 채 서로를 연결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곳들은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과거를 디딤돌 삼아 미래를 준비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묻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경계에서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이는 내가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서 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돌아보게 만든 특별한 경험이었다. 여행은 흔히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여행이란 그 흔적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다음 여행에서 나는 또 어떤 경계를 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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