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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의 숲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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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회귀 Mar 08. 2023

이별이란, (+6day)

숲 속을 거닌다는 건

길을 걷는다.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낮은 돌담을 따라 붉은 흙길을 걷는다. 울창한 숲 속 오솔길을 걷는다.




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사그작 사그작 작은 돌들이 내 발 밑에서 존재함을 알린다. 사그작 소리에 아래로 향했던 나의 시선은 풀잎을 따라,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 나무의 가지를 따라, 모든 생명이 하나 되어 바람에 흔들리는 숨결을 따라 하늘로 향한다. 자연스럽게 멈춰 서서 눈을 감는다. 이 안함이 너무 포근해서 코끝이 찡해짐을 느끼고 눈을 뜬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며 사뿐히 사뿐히 내딛는다. 이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다.


중간중간 돌의자가 보이면 앉아서 모든 식물이 하나 되어 엉퀴고 어우러진 숲 속에 한 번,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어 더 반짝이는 햇살에 한 번, 코끝 찡한 울림에 한 번 마음을 살피고 걸음을 다시 내디뎌 본다. 문득, 한없이 걸어도 좋을 이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어떨까 싶다. 맑은 새소리의 지저귐과 살아있는 것들의 바람결을 BGM으로 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서로의 마음에 집중하며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사그작 거리는 발소리로 대화하며 함께 걷고 싶어진다. 


평온함에 마음이 어루만져질수록 코끝 찡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순간의 기억에 의지하며 되돌아가고 또 되돌아가며 놓아지지 않았던 마음, 천천히 잘 다독여서 하나씩 하나씩 인사한 후 모두 놓아주는게 이별인 알았는데, '처음부터 모두 놓아진다는 건 가능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어도 스스로의 힘으로 굳건히 살아가지게 되는 순간이 이별의 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한산한 듯 했던 나의 길은 조금씩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목소리로 채워진다. 시간이 촉박한지 빠르게 걷거나 운동하듯 힘 있게 걷는 이들을 만나면 가장자리에 서서 길을 비켜주고, 어쩌다 보폭이 비슷하고 느리게 걷는 이들을 만나면 오랫동안 걸음을 멈춘 후 거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니 비켜주는 것도 멈춰서는 것도 의미가 없다. 멈춰서 있으면 그 뒤로 또 다른 일행들이 다가오고, 앉아서 기다리면 그 옆에 누군가가 앉아 휴식하며 일행과 담소를 나눈다. 그들의 집안 사정도 다양한 여행경험도 이 공간에 대한 폭넓은 지식도 듣고 싶지는 않다. 나를 위한 다정함이 아니라면 차라리 오롯이 혼자서만 거닐고 싶은 이 길을 인적이 없을 때 다시 와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한숨 돌리며 멈춰졌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비긴어게인 노래 모음곡 중에서 가사와 무관하게 제목만으로 충분한 노래가 시작된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AKMU>




여전히 이별이 어려운 하루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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