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동네를 배회하며 거닌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다. 동네도 익힐 겸 낯선 길을 거닐며 설렘, 긴장감, 새로움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두리번거리던 동네마실은 이제는 그냥 거닐어도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가게 된다. '낯섦이 익숙함이 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구나'생각하며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머물며 잘 보냈구나 싶어 스스로가 기특하다.
어색하게 첫 만남을 했던 방은 조금씩 내 공간이 되어 돌아갈 곳이 되어 줬는데, 짐을 모두 빼고 나니 묘하게 허전하다. 꼭 이사 가는 기분이다. 너무 선급하게 숙소를 정한 탓에 머무는 내내 불편했다. 사람과 전체공간이 주는 뭔지 모를 딱딱함은 냉소적으로 느껴져 편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방에서만큼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내일 아침비행기라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서 모든짐을 문앞에 정리해 두는데, 뭔가 짐이 조금씩 늘어서 캐리어가 터질 것 같다. 비움을 위한 한달살이가 가득채움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아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