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 84의 세상을 맞닥뜨리는 태도, 선입견 없이 사람을 보는 시선이 부럽다. 그래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본방부터 우연히 보게 되는 재방까지, 나혼산도 기안 84의 일상이 나오면 본방부터 재방까지 반복해서 보곤 한다.
어제저녁, 혼모에서 혼술을 하며 감정에 빠져드는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떨리며 우는 모습까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예능이 예능으로 안 보이고 다큐가 되어 있다.외로움과는 다른 고독을 애써 찾는 것 같다는 말에서도, 그럼에도 문득 내가 지금 뭐 하는 것인가 자각하는 순간에서도, 오토바이를 타며 짓는 표정에서도 내가 보인다.
아침에 눈을 뜨니 평소보다 마음이 고요하다. 열어 둔 창가에서 들려오는 소음 속 새소리와 가벼운 바람에 조금은 분주히 찻자리를 준비해 본다. 쿠션에 기대어 천천히 차를 마시며 무의식 중에 무언가가 계속 눈에 들어온다. 공원 대각선 위치의 음식점 앞에 서 있는 빨강,초록의 공기인형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멀리서도 보이는 스마일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뻗어 온몸을 흔들며 '날 좀 봐요. 날 좀 봐요.'몸부림치는 것 같다. 무심히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데도 흔들림없이 무아지경이다. 공기 주입을 멈추면 보잘것없이 축 쳐져버릴 존재이면서 뭘 저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빈껍데기를 힘껏 부풀려 애쓰는 건지 대뜸 슬프다.
그러다 찻자리를 정리하는데, 소나무처럼 굳게 뿌리내리고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혼자서도 의연하게 살고자 애쓰는 내 모습이 더 슬픈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보는 이 없어도 언젠가 가게로 들어올 사람을 기다리며 꿋꿋하게 굴하지 않고 미친 척 신나게 춤추는 저 존재가 더 의연하고 강한 멘탈을 가진 것이 아닐까? 공기인형이 슬퍼보이는 건 인형과 상관없는 내 감정이니.
'아, 옛날사람' 내 나이를 각성하게 하는 김완선의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소나무처럼 살고 싶은 건가, 소나무 모양을 한 공기인형처럼살고 싶은 건가. 혼자가 좋은 건지, 혼자가 좋은 거라고 하는 건지. 명확했던 실타래가 한순간에 엉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