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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회귀 Oct 14. 2023

스며드는 삶

최선 대신 차선의 느림

각인되기보다 스며드는 삶을 살고 싶다.



 

'10년 뒤에는, 10년 쯤이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꾸준히 하면 되지 않을까!' 무언가 계획을 세울 때마다 넌지시 습관처럼 붙이는 생각으로 몰입이라는 강도보다 느림의 시간에 의미를 두기 시작한다.


게으름의 합리화인지, 귀찮음과 안일주의의 변명인지, 변화에 대한 거부감인지, 완벽주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인지, 한발 빼고 요행을 꿈꾸는 것인지, 생각의 근원은 묻어 둔 채 최선 대신 차선의 느림으로 인위적으로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여유를 유지하는 기심 가득한 꿈꾸기를 선택한다.


플렌 b를 준비하되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에서 답을 찾으며 살되 플렌 b를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그린다.


구름 가득한 하늘을 의식 없이 보며 차를 마시는데 멀리 우산을 쓴 사람들이 보인다. 밖을 보고 있는데도 비가 오는지 몰랐다. 가랑비다. 가랑비에   줄 모른다는 말처럼 어느새 회색빛 도로가 까맣게 선명해져 있다.


"나의 삶도 가랑비 같기를 바라는 건가?"


거대한 바위에 힘으로 한 땀 한 땀 내 삶을  각인하기보다는 소리 없이 젖어 들어 건조한 바위가 어느 틈에 촉촉함을 머금듯 그렇게 시간이 걸려도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않지만 온전히 내 것이 되는 .


단번에 퍼부어 버리는 폭우는 아무리 단비라도 대지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고 넘쳐흘러 목마른 푸르름을 망가뜨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가랑비에 목마름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지만 천천히 대지에 스며들어 푸르름에 생기를 더하고 선명해지듯이 지금 선택한 삶의 방식이 하루하루의 가랑비가 되어주길 바라보는 순간이다.




사과나무를 심는 내일과 무관한 하루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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