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뱁새만 꾼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라고 하길래 주제파악 잘하고 출발해도 뱁새만 처절하다.
그의 스토리를 좋아한다. 날 것의 모습을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만의 방향성으로 '그럼에도'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아감을 응원한다.
자신의 모습을 유창하고 번지르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는 못해도 진솔함이 담긴 투박한 말과 표정에서 전해지는 울림은 그 어떤 훌륭한 이들의 설교보다 멋있다.
같은 마라톤 구간, 신나게 즐기며 성공적으로 완주한 이의 화려함과 그 결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 과정은 빛났다. 하지만 멋진 포즈 하나 없이 처절하게 꾸역꾸역 결승점에 도달한 그의 완주는 내 삶을 자극한다. 아름다워서.
황새는 뱁새의 골인점을 알까? 황새에게는 자신감 넘치는 현실이 뱁새에게는 간절한 꿈의 영역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진정한 '꿈같은 시간'은 뱀새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여운이 스며든 그의 표정, 또 다른 나아감이 담긴 흔적 같다.
하나, 사실 하난 남겼어
놓지 못 하겠어서
계속 쥐고 있던 건
아마 오늘 같았던 절경
두 걸음 남은 절벽
끝의 날 잡아 줬던 너
-[뱁새] 이무진-
꿈조차 관망만 하는 하루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