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다.
뭔가 따뜻하게 심신을 채울 수 있는 한 끼가 고프다.
뒤척뒤척 잠이 오지 않는다. 느지막이 일어났는데 이렇게 빨리 침대에 파묻히니 당연히 잠이 안 오는 것이 맞다. 불현듯 내일 점심을 뭐 먹을지 고민이 시작된다.
주변 지역을 검색해도 딱히 당기는 메뉴가 없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이웃동네까지 범위를 넓혀 찾아봐도 썩 내키지 않는다. 그나마 따뜻한 온기 있는 한 끼가 될 수 있는 메뉴를 정하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까만 밤바다를 배경으로 멍하니 있어본다.
아니다. 세화에서 먹고 싶다. 다시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한다. 그러다 메밀이 눈에 뜨인다. 그 언젠가 tv를 보는데 제주도 메밀로 제면 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상호이름까지 저장해 뒀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매번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기억의 소실이었는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메밀면을 먹어야겠다. 후기들을 보니 들깨칼국수의 인기가 많다. 상상해 본다. 뜨끈하고 구수한 들깨칼국수를 든든하게 먹은 여운이 흡족하다. 그런데 기승전 비빔파인 취향에 비빔막국수가 아른거린다. 위가 약한 자에게 흐린 날의 차가운 음식은 피해야 하는데, 하지만 분명 들깨칼국수의 포인트인 국물까지는 다 먹지 못할 테고 남기면 아까운데, 그럼 다 먹을 수 있는 비빔을 먹어야 하나? 비빔으로 결정하고 마무리를 하려니 오리지널 냉메밀면에 미련이 남는다. 어차피 차가운 음식을 먹을 거면 처음 가보는 집에서는 기본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분명 따뜻한 한 끼를 찾았는데 차가움에 파묻힌 고민의 고민을 하고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그럼 제주도답게 고기국수로 먹을까 하며 엄한 메뉴로 생각이 튄다. 그러다 다시 그럴 거면 들깨칼국수를 먹어야지 한다.
혼밥일 때면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 그릇을 온전히 비우는 것이 좋아져 여럿이 함께 메뉴를 시켜도 나눠먹는 것보다는 내가 주문한 메뉴를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함께 나눠 먹어야 하는 자리가 많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개인 메뉴를 시켜 먹기도 한다.
여럿이든 혼자든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딱 1가지라 생각하며 다시 고민의 고민을 시작해도 뫼비우스의 띠다.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 아침이 밝았다.
내일이 오늘이 된 하루사리의 점심 메뉴는 뭐가 될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