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the Licensor through PLSclear.
※ Rayor, Diane J., trans. & ed. Sappho: A New Translation of the Complete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nd ed. 2023. Introduction and notes by André Lardinois.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하는 사포(Margaritis Georgios,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note>
일명 <아프로디테 송가(Ode to Aphrodite)>라고 불리는 단편이다. 사포의 시 중 유일하게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단 한 편의 작품이 바로 이 노래다.
"사포"라는 이름이 시 속 일인칭 화자의 이름으로 명시된 드문 경우다. 또 화자가 갈망하는 여성의 이름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아마 이 노래는 사적인 감정 표현이라기보다는 사포 자신, 혹은 사포 역할을 하는 다른 가수가 공공 장소에 모인 청중 앞에서 기도하며 불렀던 노래였으리라.
이 시에서 사포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여신 아프로디테와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는, 마치 호메로스의 서사시 속 영웅과 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아프로디테가 하는 말(큰 따옴표 안)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쉽게 생각하면 사포가 어느 여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달라며 아프로디테에게 간청하고 있고, 사랑의 여신이 이를 들어주어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주겠노라 약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 여인이 쫓게 되는, 선물을 주게 되는, 사랑하게 되는 대상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그 대상은 사포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아프로디테는 "사포 네가 그 여인 때문에 마음 고생하듯 그 여인도 다른 여인 때문에 아파하게 되리라."고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면 사포는 이 시를 통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여성을 향하여 일종의 저주를 하는 것인 셈이다.
짝사랑하는 대상이 나를 바라봐주는 것이 일차적 바람이겠만, 도저히 가망이 없어 마음이 재처럼 타들어버렸을 땐 그 뜨겁던 사랑이 되려 그만큼의 증오로 변해 너 역시 나처럼 아프길 원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니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읽는 이 나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