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소설에 입문하면서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다른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잠시 펜을 놓았다. 바쁜 시간에도 가끔 펜을 잡았지만, 글이 제대로 써지질 않았다. 그러던 중 아내와 종합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보러 갔던 날은 내 인생의 가장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검진 결과 폐에 커다란 암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과 함께 즉시 입원하라는 암울한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간 병실에 자리가 나면 입원할 준비를 한 가방을 들고 출근하였다.
생에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으로부터 저주받은 느낌이 들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하필 내가 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뭘 해야지? 그리고 어떻게 죽어야 하지?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갑자기 병원에서 의사와 면담을 하라는 연락이 왔다. 'PET CT를 보니 X-ray에 있던 하얀 부분은 폐렴으로 완치가 되었는지 아무런 증상이 없이 깨끗합니다.’ 의사의 말은 정상이라는 뜻이었다.
해프닝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주변 환경이 어릴 적 다녔던 용인의 모습과 유사한 용인 한숲시티로 이사를 오면서 글쓰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곳은 용인의 역사적 중심지인 처인성(處仁城) 바로 옆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시 생활과 농촌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집 앞에 있는 논, 창문 밖으로 펼쳐진 산과 멀리 보이는 하천의 많은 새를 접하면서 한숲 일기를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