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멀리 보이는 대규모의 아파트 공사장이 농촌에 둘러싸여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준공으로 근처의 농부들과 달리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산은 이미 초록색으로 물들었지만, 아직 겉옷을 입지 않는 회색의 아파트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분양받은 집이 이제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나, 공사장 출입 제한으로 집안 내부를 볼 수 없어 애만 태운다.
차가 간신히 갈 수 있는 좁은 길로 산 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공사장 가까이에 가면 혹시 공사 중인 아파트의 내부를 볼 수 있을까 요리조리 기웃거리다가, 공사장 아저씨에게 위험하니 가라는 소리만 들었다. 아내는 아저씨의 고함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져온 브로셔를 보면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 애가 자라면서 방문 틀에 키재기 하듯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지만, 입주 전까지는 지그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는 아직 내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집안 인테리어에 대해서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분양 광고를 보면서 시작한 설렘이 이제는 강박관념으로 변해갔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보다 눈에 보이는 설렘이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걸까? 국내외로 새집 또는 헌 집으로 여러 번 옮겨 다녔지만, 이제 그 새집이 마지막 이사가 될 것 같다. 입주까지 설렘을 잘 견뎌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