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이삿짐을 싸면서 어젯밤 꿈 생각이 났다. 석양이 내리는 저녁에 나무 끝에 앉아 있는 새가 누군가를 부르는지 한 곳을 향해서 울음소리를 내며 먼 산을 쳐다보았다. 손때가 탄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아내는 이사 가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별 탈 없이 마무리가 잘 될 것을 암시하는 꿈이라고 좋아했다.
평생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이번처럼 마음이 편한 적은 없었다. 도시 탈출은 교통, 학교 문제 등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한숲에서 이삿짐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도시 생활을 포근하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지, 일상을 벗어나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에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새로운 둥지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져 본다. 꿈속의 새가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주겠지.
주변이 농촌과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품 같이 느껴지는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텃밭을 분양받아 씨를 부리고, 거름을 주고, 물도 부지런히 주면서 채소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키운 채소를 밥상에 올려서 자연의 선물처럼 맛있게 먹어야지. 꿈속에서 봤던 새가 가끔 날아와 지저귀는 그날이 곧 오겠지. 시간은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겠지만, 꿈은 마음속에 남아서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