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story / 에세이
인간은 과거는 기억으로, 현재는 기억과 상상을 연결하며, 미래는 상상으로 살아간다. 잊고 싶은 기억은 이상하게 오래가지만,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은 어느 순간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아픈 기억은 트라우마(trauma)가 되어 강력한 정신적 충격이 뇌리에서 떠돌며, 자주 생각나게 된다. 행복한 기억은 어쩌다 그런 순간을 마주치면, 연상작용(association effect)을 통해서 떠오른다.
심리학 개론을 배울 때 인상적이었던 과목이 기억에 대한 것이다. 기억은 크게 단기기억(short-term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으로 분류된다. 단기기억은 그 내용이 각인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상태로 오래지 않아 잊어버리게 된다. 장기기억은 오래도록 보존되는 기억으로,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나 반복적인 자극이 있을 때 형성된다.
사람은 노년이 될수록 단기기억력이 저하된다. 반면, 장기기억은 생생하게 기억으로 남아 있어, 심지어 미화시켜 이야기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에 말했다는 사실'은 단기기억이라 잊어버린다. 나이가 들면서 ‘진짜 처음이라 생각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장기기억은 주로 좋은 기억이 많이 남지만, 단기기억은 나쁜 기억이 남는다. 했던 말을 반복한다고 핀잔을 주면, 나쁜 기억으로 남아 단기기억으로 저장되면서 곧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선천적(유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 뇌의 활성화 운동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억을 자주 소환(recall)시키는 것이다. 단기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장기기억으로 들어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기억인 좋은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단기기억인 나쁜 기억만이 존재한다면 긍정의 힘보다 부정의 힘이 더 우세해질 것이다. 장기기억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무서운 병이 치매(癡呆)라고 하며,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이 사라진다면’이라는 말조차 듣기 싫은 요즘이다. 기억을 잃는다면, 더 많은 상상력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가족, 지인을 알아볼 수 없고, 과거의 나를 기억 못 한다면 나의 존재는 사라지는 것일까? 기억들이 그려진 주마등(走馬燈)에서 지나간 순간들을 빠르게 보고 싶어 진다.
『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 조지 산타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