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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bout story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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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Jun 26. 2024

8화. 변명(辨明)

about story / 에세이

  변명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듣고, 느낄 수 있는 단어이다. 평생 살면서 자의든 아니든, 한 번씩은 변명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변명한 당시에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 수 있다. 상대방의 변명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당사자 앞에서는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인격이나 성격을 파악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주 하는 변명은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심리학에서는 변명을 학문적으로 ‘자기 합리화’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고 나서 죄책감 또는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자기의 진정한 동기를 숨기고 자신의 행위나 태도, 사고, 감정 등에 이유를 붙여 정당화(Justification)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기만(自己欺瞞)이라고 볼 수 있다.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Apology of Socrates)’에서 소크라테스는 진실을 말하고, 이성에 의존할 것이라고 변명을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원칙과 신념을 절대로 어길 수 없어서 죽는 것보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이 내린 정의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형을 선고받게 되고, 자신의 신념대로 조용히 독약을 마시며, 그의 변명은 끝난다.

      

  해외 근무지가 주로 사회주의 국가(정확히 말해 공산주의 국가)였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변명이었다. 지금은 낯선 단어이지만, ‘자아비판’을 하던 그들은 모든 변명의 주체에서 ‘나’를 제외시킨다. ‘왜 지각했어?’라는 대답에 돌아오는 답변은 버스가 늦게 와서이다. ‘조금 일찍 나오면 되지?’라고 되물으면 어깨를 들썩거린다. 그리고 지각은 계속된다. 한국의 ‘빨리’라는 말도 ‘변명’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중동 국가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인샬라’(in shā΄ Allāh)로, ‘신의 뜻이라면’의 의미이다. 이슬람교도는 미래에 예정된 행위나 약속에 대해서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제 한 몸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신의 허락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명은 사라지고, 진실만이 귀에 들어온다. 말에 대한 약속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이다. 


  『당신이 정직하게 살고 변명보다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  

     당신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 할 엘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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