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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Jun 12. 2024

6화. 죽음(死)

about story / 에세이

  프로이트는 인간에 내재한 어두운 본성을 '죽음본능'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삶과 죽음의 본능이 있는데, 이 두 개의 대립하는 본능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Thanato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인화된 죽음의 신)’라고 불렀다. 이 타나토스와 대립하는 것이 ‘에로스’인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보존과 통합을 추구하는 ‘생존본능’이다. 인간은 에로스에 이끌려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타나토스의 영향을 받아 죽음의 길을 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여행하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쫓아오는 것을 느꼈다. 멀리 소금이 흐르는 강처럼 보이는 곳은 소복을 입은 여인네들이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아티스트 팔레트'의 계곡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섰을 때는 양옆으로 누런 흙들이 높게 시야를 가려 답답함이 계속 이어지면서, 거대한 무덤 속으로 빨려 들어가 영영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집트 ‘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s)도 깊은 무덤까지 들어가지만, 이보다 무섭지 않았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지옥문에 새겨진 글귀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가 떠올랐다. 죽음의 그림자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두려운 단어가 ‘죽음’이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이런 경험에 대해서 상상해 본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지는 것 때문일까? 삶의 완성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결말을 내고 싶지는 않다.

  에리히 프롬은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자체를 두려워한다.’라고 했다. 이 죽음의 먹이 사슬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참된 자아를 발견할 것이다.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기보다 참된 자아를 발견하면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시 ‘귀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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