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꽁트

by 김창수

자판기를 두들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는 새벽부터 열심히 인터넷서핑 중이다. 그가 무엇을 찾았는지 나를 가볍게 집어 들어서 노트북 언저리에 끼워 넣는다. 순간 짜릿한 교감이 작은 구멍을 통해서 온몸으로 전달이 된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면서 어두운 동굴 속으로 빠져든다.

적막감이 곧 가벼운 고통으로 이어지면서 내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의 상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뜻 모를 흥얼거림이 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온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져가면서 새벽의 정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하얗게만 보이던 주변으로 희미하게 어두운 물체가 다가오면서 물컹한 것이 나를 잡았다. 어딘가 모르는 곳으로 나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두려움은 그를 통해서 감지되는 듯했다. 그것은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막연한 감정이었다. 그가 나를 해체한 것은 새벽이었다. 그래서 새벽은 무서움과 함께 두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는 알 수 없는 환희였다. 나와 같이 있으면 그는 항상 즐거워했다.

“며칠째 학교도 가지 않고 뭐하고 있어!”

방문을 열고 누군가가 큰소리를 쳤다. 그에게 화가 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인가를 했다.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나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한 순간 주변이 잠잠해졌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아세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로도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찾는 듯 했다.


다시 새벽이 찾아 왔다. 나는 그의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듯 숨소리가 가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떠오르는 빨간 세상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어디론가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주변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런 웅성거림과는 달랐다. 여자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파주의 유명한 사립학교에서 한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그 학교는 지역 내에서 공부도 잘 하는 사립학교라고 하던데... 그 날이 모의고사 성적표가 발표되는 날이었대요. 그 애는 명랑하고, 친구하고도 잘 어울리는 밝은 학생이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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