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한숲에서 많은 새를 봤지만, 파랑새를 본 적이 없다. 게으름인지 아니면 새에 대해서 무지한 건진 몰라도 서식 장소가 농경지 부근, 낮은 산지 숲이라고 하는데, 한숲에서 볼 수 없다면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산책을 주기적으로 하는 편이면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파랑새를 보려는 이유는 행복을 찾고 싶어서이다. 한숲에서 행복을 왜 찾으려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의 한숲에서의 행복이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파랑새'는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가 지은 동화극이다. 어린 남매가 성탄절 전야에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다가 문득 깨어나 자기들이 기르던 비둘기가 바로 그 파랑새였음을 깨닫는다는 내용으로, 행복을 찾으러 멀리 가 보았지만,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어릴 적 한 번 정도 들어 본 이야기이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파랑새를 찾으러 다닌다면 아직도 행복을 찾지 못한 것일까?
한숲의 생활은 겉으로는 무미건조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동안 살아온 삶이 그러하듯이 하루도 편해 본 적이 없다. 정중동(靜中動)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도시의 미로 생활에서 탁 트인 자연을 볼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지만, 몸은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연이 나를 부른다 야호!! 를 외치면서. 그 어디선가 파랑새가 홀연히 나타나면, 그날은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날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