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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Nov 27. 2021

쇼펜하우어와 개 이야기

쇼펜하우어의 인간론, 

헤겔을 라이벌로 여긴 쇼펜하우어


1820년 그의 나이 32세 때 쇼펜하우어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헤겔의 아성(芽城)인 베를린대학에 사강사로 부임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헤겔을 좋아하지 않았다. 칸트의 사상을 사이비 철학으로 전개했던 것에 불만이었고, 절대정신(신)을 상정하여 사변철학을 전개하는데 불만을 품고, 그를 '서투른 돌팔이(clumsy charlatan)'로 묘사했다. 젊은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정면대결을 하려고 명강으로 인기를 끄는 헤겔과 같은 강의시간을 잡았고 헤겔보다 더 인기를 끌 것을 기대했으나 비참하게도 학생들이 헤겔의 강의실로 모였고, 쇼펜하우어의 강의실은 결국 한 명의 학생도 남지 않아 폐강되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중심의 철학은 헤겔의 이성중심의 철학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쇼펜하우어와 개 이야기


오늘은 쇼펜하우어(1788~1860, Arthur Schopenhauer; A.S.)의 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쇼펜하우어는 베를린 대학교 스타강사였던 대학자 헤겔(1770~1831)을 미워했다. 물론 헤겔은 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쇼펜하우어는 헤겔에게 욕을 하는 심정으로 개를 기르고 그의 이름을 '헤겔'이라 이름 지었다. 헤겔을 '개 xx' 라고 욕하려던 심산이었겠지. 그런데 이 개가 매우 충성된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개 이름을 '아트만(atman)'으로 바꾸었다. 힌두교 경전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진아(眞我, 참된 자아)를 뜻한다. 참된 자아는 이기심과 탐욕에서 벗어나 있는 영원불멸의 자아로서 우주의 근원인 브라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이런 진아를 구현할 때 인간은 우주와 하나 되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경험한다고 본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보다 개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인간이 이성적이라고 인간을 높였던 전통철학과 달리,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욕망덩어리이고 거기에서 고통이 나온다고 보았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사랑은 '고슴도치와 같은 사랑'을 하며 심지어 개보다 못한 존재라며 인간을 혐오하기도 했다. 



인간의 고슴도치 사랑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너무 멀리도 말고 너무 가까이도 말고 적당하게 아름다운 거리가 필요하다. 인간사회는 마치 불과 같아서, 너무 가까이 가면 데이고 너무 멀리 가면 춥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힘들 수 있는 것이고, 같은 부서 동료가 힘들 수 있다. 자기가 가진 성격에 있는 가시로 서로 찌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이외의 사람, 다른 부서의 사람과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다. 사람이 자신의 가시로 서로 찌르는 이유는 욕망때문이다. 


욕망의 핵심은 이기심과 탐욕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방식대로'를 주장하는 그 이기심이 가시가 된다. 절제하고 배려하고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타인을 수용하며 전체를 조망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훈련이 필요하다.


쇼펜하우어는 개의 맑은 눈을 보면서 "세계의 영혼을 본다"라고 말했다. 개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야 이 사람아!"라고 불렀다. 그게 욕이다. 이제는 '개xx야'가 욕이 아니라, '이 사람아!'가 더 큰 욕이 되는 세상이다.


‘인간은 혼자 있으면 외로움에 떨면서도, 함께 있으면 서로를 찌르는 고슴도치 같은 구제 불능의 존재다.’ 
쇼펜하우어와 그의 개 '헤겔'(나중에 '아트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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