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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Aug 04. 2022

퇴고의 짜릿한 고통을 즐기라. 탈고했을 때의 뿌듯함

퇴고의 유익


지루하고 고통스런 퇴고의 훈련은 좋은 글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문맥과 어휘, 문법, 문장, 맞춤법을 판별할 수 있는 감각과 문법적 직관력을 높여준다.

권갑하 시인



글쓰기의 두 요소: 창조와 비판


글쓰기에는 상반되는 두 요소가 있다. 창조와 비판이다. 창조적으로 글쓰기 위해서는 비판을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게 글쓰기를 해야 한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자기 방에서 혼자 마음껏 표현하는 단계이다. 그런데 글을 쓰면 비판을 생각해야 한다. 독자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이 비판을 대비하려면 마치 밖에 나갈 때 화장을 하고 나가듯이 내가 쓴 글에 화장을 해야 한다.



초고와 퇴고


초고는 창조의 결과이고, 퇴고는 비판에 대한 준비이다. 전자책 4권을 이번 달에 등록했을 때 나는 너무 기뻤다. 그러나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부끄러웠다. '이 글을 손질도 안 하고 독자에게 내보냈더라면 얼마나 창피할까.' 교정을 보시는 선생님이 원고를 보내왔을 때 낯부끄러웠다. 띄어쓰기, 맞춤법, 오탈자 교정 등을 말하는데 군대 교관처럼 엄하게 들렸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이대로 글이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교정보시는 선생님이 고마웠다.



퇴고의 희열


고통스럽고 지루한 줄만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 예상밖의 희열이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몰입해서 1,120쪽에 달하는 4권의 책을 손질했다. 본문 디자인도 다시 해야 했고, 퇴고로 하면서, 수차례 전체를 훑어보았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줄만 알았는데, 그 가운데 희열을 맛보았다. 글이 더 깔끔하게 되었다.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다듬었다. '이쯤 되면 되겠다.' 싶을 때까지 퇴고를 했다. 달리기하는 사람이 느낀다는 'runner's high'(희열)을 느꼈다. 연애시절 감정만큼이나 좋았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헤밍웨이



교정 선생님의 지적이 환청으로 들리다


4권의 책의 전자책으로 만들고 뿌듯했다. 그러나 교정을 받고 퇴고를 하면서 낯부끄러웠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교정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교정할 것을 지적하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

"문단 시작할 때 한 글자 들여 써야 합니다."

"표기를 통일해야 합니다."

"이것은 띄어 써야 합니다."

"이것은 맞춤법에 따라 써야 합니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퇴고에 가속도가 붙었다.

마침내 퇴고를 거쳐서 4권의 책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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