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다면 꺾지 말라. 꺾는 순간 그 꽃은 죽고, 당신은 꽃을 갖는 것이 아니라 시든 꽃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소유하려 듭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감탄하며 바라보는 대신, 손에 쥐고 싶어 꺾어버립니다. 그러나 꺾는 그 순간, 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꽃이 아니며, 그 생명력은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것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죽은 것을 손에 쥐고 있을 뿐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 짧은 예를 통해, 소유(Having)와 존재(Being)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냅니다. 소유의 방식은 대상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반면 존재의 방식은 그것이 있는 그대로 있도록 허용하고, 살아 있는 관계로서 감응하는 자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갖고 있느냐’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받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차, 집, 학위, 심지어 사랑까지도 자기 소유물처럼 간주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결국 대상을 죽은 것, 객체화된 것으로 만들며, 진정한 관계와 생명의 경험을 박탈합니다.
반대로 존재의 방식은 함께 있음, 바라봄, 경청함, 느낌, 나눔 속에서 실현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 하기보다, 그가 자유롭게 존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교회에서, 가정에서, 교실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꽃을 꺾어왔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좋은 뜻으로 누군가를 돕는다 하면서도, 사실은 그를 내 틀에 맞추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프롬이 말한 존재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자유와 생명, 사랑의 진실한 경험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꽃을 꺾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용기 — 그것이 소유에서 존재로 건너가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