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지오그라피를 보고
심심할 때면 명심보감을 펴는 할아버지를 두고
밭으로 나가는 나주의 진동 할머니
풀 하나 없는 마늘밭을 휘휘 호미로 긁다
정성스럽게 써보는 김봉순
이름도 쓸 줄 모른다고 구박받을까 봐
영감님 몰래 늦게 배우고 있는 글자
가슴에 박힌 한을 뽑는 일
밭두렁에 앉아
바쁘게 동네 앞을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젊어 고생할 때는 시간이 지지리도 안 가더니
언제부턴가 저 차보다 더 빠르구나
내 시간에는 브레이크도 없는가 보다
해는 빨리도 뜨고 왜 이렇게 빨리 지는지
자꾸 서러운 생각만 든다
영감님은 글씨 연습한 할머니의 노트를 보고
왜 진즉 가르쳐주지 못했을까 미안한 생각만
저녁 밥상을 물리고
반듯하게 칸이 쳐진 공책에
“고생했네, 사랑하네”라 쓰고
무슨 글자인지 묻지도 말고 몇 번이고 쓰라하네
큰소리로 따라 읽으라며
자꾸 헤매는 흠흠 소리를 섞어 읽는다
“고생했네, 사랑하네”
"오매 죽을 때 다되었나 보네
별소리를 다 듣네, 와"
거북 등처럼 쩍쩍 금이 간 지붕 위로
별은 빨리도 떠 오래오래 머무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