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뚱뚱한 비둘기가 뒤뚱뒤뚱 걸어간다.
공기를 가득 넣은 신발을 신고 뒤따라간다.
점점 간격이 좁혀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쪽으로 비켜서는 비둘기.
모른 척 지나간다.
한참을 걷다 생각한다.
저 녀석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인가?
돌아보니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딴짓을 하는 척한다.
하늘에서 먹이를 찾기보다 길에서가 쉬운가 보다.
나무에 달린 땡감이 여럿이다.
돌아오지 않는 서방님 기다리는 신세.
나중에는 배춧잎 같은 돈을 물고 새벽 빵집의 문을 두드릴까?
같이 살기 시작한 비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