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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2023.06.12

by 고주

풍향동 좁디좁은 긴 골목 끝집에서

살 때 말이다

동네 할머니들이 자주 놀러 와

마당 평상이 편할 날이 없었니라

종종걸음으로 수발드느라 부엌을

왔다 갔다 하다 들었는디


며느리가 참 좋소 하면

우리 아들이 하도 좋은께


꼭 아들을 먼저 앞세우드란 말이다


증손녀와 같이 기저귀를 차고 주무시는 남편

배가 남산만 한 퇴직한 아들을

바람에 휘어지는 갈대를 보듯

그끝 탐진강 빠르게 차오르는 물길 속에서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시어머니

손을 잡고 계시는 우리 엄니


어째 시간이 잘 안 간다

너무 늦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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