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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2023.06.14

by 고주

동네 두 바퀴를 돌고

독서실로 오면

일곡동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시간과 똑같다


텅 빈 꽃밭 가운데 의자에 앉아

함께 남은 잠을 개는 노부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보폭은 절반

속도는 두배로 움직이는 할머니

뒷짐 지고 따라가는 할아버지

공사장에 쉬는 트럭 포클레인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친 몇 달

너무 좋아

내 그릇 넘치는 줄 몰랐다


좀 쉬어가라는 엄한 꾸짖음

팔을 안으로 모은 체

날것의 아침을 조심스럽게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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