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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가!

2023.11.29. 수

by 고주

도형을 마치고 마지막 단원 통계를 공부하게 된다.

책을 펴게 하고 스스로 읽어보도록 한다.

번호순으로 나와 시험 결과를 확인하다.

부분 점수를 주어야 할 곳은 어디에서 실수했는지 또는 서술한 내용이 무슨 뜻인지를 묻는다.

문제를 잘못 이해했거나 계산이 틀린 경우의 반응은 한결같다.

다 아는 문제를 실수했다는 억울함.

한 문제만 두 배 하지 않아 틀리게 된 민이는 닭똥 같은 눈물이 금방 뚝 떨어진다.

부분 점수를 주었더니 맨 앞자리 순이가 배우 났다고 놀린다.

하나도 맞는 문제가 없는 녀석에게는 차근차근 하나씩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앞으로 몇 년을 하루에 한 시간씩 모르는 이야기만 들어야 하는 곤혹스러움이 느껴져서다.

고개를 끄떡이기는 했지만, 행동으로 옮겨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까불이 인수가 제법 점수가 높다.

실수하지 않았다면 몇 문제 더 맞을 수도 있었는데.

차분해져야 한다고 어깨를 토닥여주었더니 알통을 보이면서 뽀빠이 흉내를 낸다.

아이들은 웃고, 교실은 난장판이 된다.

이놈아 내 보기에는 까만 침팬지다.

20점을 맞고도 인생 최고의 점수라고 환호하는 놈.

다 맞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할 것 같다는 윤주.

부끄러움도 기쁨도 알려야 하는 시대다.

확실히 성적은 보기와는 다른 면이 있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얌전한 아이들이 엉뚱하게 빈 곳이 많거나, 산만하고 털털한 녀석들이 제법 잘 풀거나.

눈을 맞추고 하나하나 머리에 담아둔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참조해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계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

숫자가 커지거나 분수가 나오면 바로 쓰러진다.

처음 숫자를 접할 때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구나 싶다.

큰 수를 계산한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암산하는 한 두 과정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 마치 바둑의 몇 수를 보는 것이나 같은 원리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딱 떨어지는 정숫값이 아니면 당황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모양이다.


전반적으로 여학생들의 점수가 높다.

꼼꼼하고 성실해서 예습 복습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

중학교까지는 통해도 수준이 확 높아지는 고등학교에서는 어려움을 느낀다는 옆자리 선생님.

흔하지는 않지만, 미친놈처럼 놀던 녀석이 마음잡고 시작해서 상위 1% 안에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여학생은 드물다는 것이다.

넘을 수 없는 벽,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존재하는 한계 뭐 그런 것 같단다.

여학생은 처음이라 특별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중 3 정도 되면 나보다 작은 아이들이 거의 없다.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

배식이 끝났는데 식판을 들고 복도를 거슬러 오는 반바지 어깨들.

그래 숟가락 빼고 나면 바로 배가 고플 때지.

바람 송송 들어오는 5층에서 떨다 모두 앉아 밥 먹는 모습을 보고 내려오는데, 2층 내 방 앞 여선생님은 잔반을 처리하고 식판까지 정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뒤처리까지가 임무인 모양이다.

아이고 내가 직무 유기를 했구먼.

행정실에서 정보공개 연수 이수증을 보내달라는 메시지가 와 있다.

연수원으로 들어가 신나게 2시간 몰아들 었다.

이수증을 뽑고 보니 전임 선생님 이름.

아이디를 치지 않아도 바로 열리는가 싶었다.

다시 들어가 내 아이디로 접근하니 대상 기관이 아니란다.

난감해져 행정실에 하소연했더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돌아와 보니 메시지에 다른 교육기관으로 신청해 보시라는.

그래 이것도 학교 실적이 될 것이니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지.

밤을 새워서라도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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