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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2023.11.27. 월

by 고주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다.

태풍에 성난 제주도 법환포구 파도다.

1호선이 토한 사람들이 좁은 내리막 에스컬레이터로 밀려가는데, 지팡이처럼 짚고 가던 내 우산에 충격이 온다.

깜짝 놀라 우산을 당겨 가슴에 모은다.

구겨진 사람들 틈에서 획 돌아보는 한 사람.

짙은 송충이 눈썹이 꿈틀거린다.

일그러진 입술 사이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온다.

미안하다고는 했지만, 그 소리는 빨려 내려가는 그 작자에게는 전달되지 못한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우산을 보니 끝이 깨져 날카롭다.

발뒤꿈치가 작살났겠다.

오늘 저녁 샤워하면서 얼마나 욕을 할까?

내일부터는 뒤도 보지 않고 뛰어야겠다.

잡혔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마스크라도 쓸까?

“선생님 자습해요.”

많이 해보았고 들었던 소리다.

그때는 좋았지만 지나 놓고 욕먹는 일.

오지게 떠들던 녀석들이,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한데 내가 호락호락 넘어갈 수는 없지.

시험문제를 들키지 않으려 곡예를 하며 힘들게 시험 범위까지 복습을 마친다.

별 모양 도형의 다섯 내각의 합을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낸 윤주는 날개를 달았다.

“학원에서 2학년들과 같이 시험을 보았는데요, 제가 1등 했어요.”

수업을 마치고 책을 정리하는데 내 뒤로 와서 종알거린다.

수업 시간에도 열심히 반응해 주었다.

수학에 특별한 감각이 있다고 해주었더니, 그런 것 같단다.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볼 참이란다.

눈빛으로 보아 허튼소리가 아니다.

일단 내일 시험을 보고.


까불이 홍이 고양이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꼬맹이를 데리고 왔었다.

복도에서도 편하게 홍을 부르는 모습이 몹시 부러웠던 모양이다.

“선생님 제 이름 알아요?”

“모르지. 미안해. 몇 반 누구야?”

“8반, 송진혁이요.”

“알았어. 잘 기억할게. 근데 수업 시간에 좀 조용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혁이.”

마침 오늘 2교시가 8반이다.

책도 펴지 않고 옆 여자친구와 이야기 끈을 놓지 못한 녀석.

“송진혁, 213쪽을 펴야지?”

전기에 감전된 듯 화들짝 놀란 녀석이 책을 펴고 한 시간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한다.

또 한 녀석 손아귀에 들어왔다. 야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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