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식과 졸업식이 있는 날.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
평상시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나를 운반한다.
권선역 의자에 홀로 남은 장갑.
세월에 실려 가는 주인은 알기나 할까?
뒤늦게 알고 돌아올 만큼 간절한 마음자리도 못 되는.
이제 또 누구를 따라가 언 손에 볼 포개어 줄까?
생각이 깊어지는 겨울 한가운데 새벽.
떠날 준비를 하는 깜깜함이 묻은 풍경들을 사진에 담는다.
말 없는 사람들이 헤치고 오는 숲길.
호호 손 비비는 그네, 시소, 미끄럼틀....
초등학교 어깨너머로 고개 내민 성당.
늦게까지 가을과 씨름하던 단풍나무.
교문 앞에 우뚝 선 지혜롭고 성실한 교훈 석까지.
내일이면 내가 없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시간을 살게 될 이국.
함께 같은 실에 살았던 선생님들께 엽서를 쓴다.
“민정 부장님.
화끈하십니다.
거칠 것 없이 시원시원해서 편했습니다.
말없이 두 분이 저의 짐을 나누어지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움을 드릴 수 없어 모르는 척했답니다.
좋은 분위기의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한 두 달의 시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져갑니다.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세미 샘.
고생하십니다.
엄마로서, 주부로서, 선생님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발버둥 쳐야 하는 역할들.
너무도 잘하고 계셔서, 안쓰럽고 또 응원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에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모습.
참스승이십니다.
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었습니다.
너무나 갑자기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현이.
그 아픔까지도 속울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는 천생 선생님입니다.
좋은 일만 있기를 빕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와 가장 많이 눈을 맞춰준 민이를 찾아가 손 가득 사탕을 준다.
열심히 공부하라고.
어디에서나 영화배우처럼 날 대우해 준 사과 소녀에게도, 기쁘게 생활하라고.
운동장, 월요일 새벽마다 함께 떨었던 후문, 졸업식 준비로 만들어 놓은 기념사진 찍는 곳까지.
학교를 둘러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왜 내가 졸업생이 된 기분이지.
전철역 의자에 홀로 남은 장갑.
쓸만해 보이던데, 새 주인을 만나겠지.
설마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 아직 쓸만했어.
나도 아직은 짱짱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