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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손잡고 1
24화
머슴이
2024.04.04. 목
by
고주
Apr 28. 2024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이 부드럽다.
귓불을 빠져나가고 남은 온기가 은은하다.
자크로 그 바람 가두면 가슴에서 파릇파릇 두릅이 커갈 것 같다.
아이들의 옷차림이 가볍다.
짧은 반바지 체육복을 입고서, 그것마저도 더 딸딸 말아 기어이 엉덩이까지 올려야 했더냐?
봄이다, 봄이 펄펄 끓는다.
자전거를 타고 후문을 통과하는 아이들이 제각각이다.
열쇠도 채우지 않고 아무렇게나 부리고 들어가는 놈.
앞바퀴를 거치대에 반듯이 넣고, 꽁무니까지 가지런히 방향을 맞추고, 자물쇠로 단속하고.
다 성격 탓이다.
시험 볼 때, 틀린 것 고르라는 말을 끝까지 읽지 않고 참 문제 쉽다고 답을 골라놓고는 벽에 머리를 찢는 일이 있었지.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빈 곳에 앞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면 끝이었지.
귀찮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질색이고, 금방 더러워질 것을 청소는 왜 하는지?
그럴싸한 결과는 못 내놓더라도 스스로는 행복한 사람.
내가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했나?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여.
흐느적거리며 들어오는 고달픈 여인.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하나 외로운 황새여.
세상이 그대에게 줄 선물은 무엇일지?
느낄 새도 없이 흐느적거리며 건너야 하는 봄.
아가야 그래도 고개를 들어 저 아우성치는 벚꽃을 보아라.
저 꽃은 내년이 있지만, 너는 이 젊음이 마지막이란다.
고대하는 그 6반.
말하는 원숭이들이 가득한 동물원.
장터 튀밥 집, 화로에 불이 고래로 들어가고.
강냉이, 떡대, 쌀보리가 담긴 쇠가 찢어질 듯 신음하는 소리가, 쉿 쉿.
코만 비틀면 되는데, 김을 빼는 녀석이 있다.
그놈 송 씨.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나?
거드는 야바위꾼들이 더 속을 뒤집는다.
다 족치는 것은 무리다, 어쩌지.
가만 생각해 본다.
49재 모시는 절간처럼 눈 껌벅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좋은가?
생긴 것이 제각각이듯 반마다 특성이 있는 것을.
나 편해지려고 쥐 잡듯이 아이들을 닦달하고 있지는 않는가?
좀 더 기다려 주자.
다 천사들인데 감히 머슴이.
양수와 음수의 곱이 음수, 음수와 음수의 곱이 양수.
양수의 연산에 써지는 교환, 결합, 분배 법칙.
기준이 되는 0은 합하면 자기 자신이 되는 수.
1을 곱하면 값이 그대로라는 성질이 변하지 않고 사용되려면 결과를 미리 정의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상용되는 몇 가지 예와 함께 설명해 준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이 상황은?
나만 가마솥에 콩 볶았다.
다급하게 학생부실을 두드리는 소리.
두 손으로 코를 막고 있는 아이.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른다.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응급처치하고 깨끗하게 닦은 후 앉힌다.
체육 시간에 피구 하다 실수를 좀 했다나.
친구가 놀리기에 좀 밀쳤는데, 예상도 할 수 없게 피구 공이 얼굴로 날아들었단다.
피가 이렇게 많이 날줄은 몰랐다고.
친구에 대한 원망보다 일이 너무 커진 것에 겁을 먹고 있다.
아가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별일이야 있겠냐?
그러나 명심해라.
가장 가까운 사람과 척지고, 그 사람에게 이용도 당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친할수록 조심하고, 마음에 없는 소리 함부로 하는 것 아니다.
그냥 다 주는 것.
돌려받을 생각이 없으면 손해도 없다.
돈이고 마음이고 그리 생각해라.
이 나이에 나도 잘 못하는 일이다, 참말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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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신으로 모시는 고주망태입니다. 36년의 교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은 영원한 청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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