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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손잡고 1
23화
예방주사
2024.04.03. 수
by
고주
Apr 28. 2024
덜 핀 벚꽃이 비에 젖어 누워있다.
여리디 여린 것이.
시집도 못 가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불쌍한 처녀처럼 짠하다.
재수가 없는 걸까요?
그냥 운명일까요?
우산을 받쳐 들고 함께 학생 맞이를 하는 교장선생님.
어제 안전사고 때문에 난리가 난 상황을 이야기해 주신다.
천정이 무너졌다고 학생들이 교장실에 들이닥쳤단다.
올라가 보니 3학년이 사용하는 5층 화장실 구석진 천장의 타일이 한 줄로 떨어져 있더란다.
시공업자를 부른다, 교육청에 연락한다,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는데.
하교 후에 한 학생이 찾아왔단다.
자기가 점프를 해 천장을 손으로 짚었는데 타일이 떨어졌다고.
다행히 어깨 부위를 덮쳤단다.
날카로워 얼굴이라도 닿았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그 정도로 떨어졌으면 결국 잘못한 것이라고.
예방주사 맞았다고 생각하시라 위로했다.
떠벌이 6반.
숫자를 직선 위에 표시하는 것도 어렵다는 아이가 있다.
왜 집중 못 한다 싶었는데.
다 할 줄 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지.
자존심 상하지 않게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서 손을 놓으면 영원히 개천의 미꾸라지다.
따로 불러야겠다.
옆에서 화를 돋우고 있는 공 씨.
지가 조금 안다 그 말이지.
아주 조심스럽게 타일렀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는 좋다, 다만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귀 알아들으면 어른이지.
어디 다음 시간에 보자, 이놈.
5층 3학년 교실을 지나 4층 2학년.
6반 교실 앞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아이들이 몰려있다.
헤치고 들어가 보니 덩치 큰 놈과 멀대 여자아이가 한참 실랑이 중이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을 줄줄 흘리는 여자아이.
구경 났다고 고개 디미는 못난 중2들.
여자아이를 데리고 학생부실로 내려온다.
남자아이들이 장난으로 바지를 벗겼는데, 의도치 않게 보게 되었다.
당황할 것 같아 모른 척했는데, 자꾸 와서 속옷 색을 묻고 괴롭힌다는 내용.
종이를 한 장 주고, 좀 진정하고 천천히 상황을 써보라고.
수업을 마치고 내려와 보니, 부장님이 남학생까지 불러 각각 진술서를 받아놓았다.
말이 다르단다.
일단 담임선생님과 2학년 부로 진술서와 함께 사건을 넘긴다.
괜히 일만 복잡하게 만든 것 아닌지.
음수를 빼면 양수, 음수와 양수를 곱하면 음수, 음수끼리 곱하면 양수.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 주느냐고.
36년 선생님을 해보았지만, 중1은 작년 두 달이 전부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는데, 왜냐고 물으시면?
아이고 머리야.
자료를 뒤져라, 고민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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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신으로 모시는 고주망태입니다. 36년의 교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은 영원한 청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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