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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땀의 결과

2024.04.17. 수

     

깨끗하고 반듯한 옷차림의 젊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교문을 통과한다.

걸어서도, 자녀들이 태워다 주는 남의 나라 차에서 내려.

학생 맞이를 끝내고 교실로 들어가다 만난다.

빗자루를 들고 길을 쓸거나, 호미를 들고 화단의 풀을 뽑거나.

일의 귀천이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하루 3시간 나라의 미래를 지고 갈 젊은이들이 쓰는 학교를 깨끗이 청소하는 일, 작지만 노동의 대가도 당당하게 쥐는 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어느 날 나의 모습이겠거니 생각한다.     


운동장이 새벽부터 가득하다.

학교 대표 축구부, 농구부, 볼링부, 피구부 선수를 뽑는 오디션 과정.

저렇게 많은 아이들이 되고 싶은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는 잠도 밥도 필요 없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잘하기까지 하면 더 좋고.     


포도청이 끓고 있는지 제법 오래다.

SNS는 익명성 때문인지 피해가 심심치 않다.

오랫동안 참아 오다 신고한 아이를 조사하다 보니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조사관이 오시겠지만 기본 조서들은 학교에서 다 꾸며야 한다.

일은 일대로 하고 절차만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거기다 악성 민원이라도 받고 나면 입맛이 싹 가시거늘.

꾹꾹 누르며 버티는 두 선생님. 

내게 일을 주지 않고 발버둥을 치고 계신다.

선생님들은 수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고래 심줄처럼 질긴 고난의 교수권 수호의 길이다.    

 

이집트 신화에서도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리는 긴장감이 외줄을 탄다.

‘페르마의 밀실’에서는 네 수학자에 감정까지 이입되어 거의 울 것 같다.

축구만 하는 후도 25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2보다 큰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꼭 증명해 보겠단다.

그러려면 사칙연산부터 해야 하는데.

논술형 평가가 끝나면 꼭 영화도 보겠단다.

수학을 포기했던 제자가 포물선 그리는 학습 도구를 만들어 왔다, 너는 나중에 수학 선생님이 되겠다는 내 말을 듣고.

진짜 선생님이 된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다.

일주일 끙끙 앓고 준비한 내용을 한 시간 동안 목이 터지라고 약을 팔았는데 피곤하지 않다.

이러다 방송국으로 가는 것 아닌지 몰라.

복도에서도 영화를 보았다는 녀석들이 달려와 손을 잡는다.

노력과 땀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또 무슨 이야기로 영혼을 훔쳐 오나.

밤을 몽땅 털어서라도 찾고 또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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