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낙원

2023.03.17

by 고주

2023. 3. 17. 금


일출봉이 여러 개

마이산이 또 여러 개

모여 만든 닌빈.

하늘은 높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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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지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린다.

라 라 라 라 라 라 라 라.

완전 광고를 찍는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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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심어진 논을 지나고 자그마한 사당이 보이는 동네로 가는데, 한 젊은이가 튀어나와 사진기를 들이댄다.

고개를 돌리고 손사래를 쳐보지만 막무가내다.

하롱베이에서 코 베인 경험 때문에 절대 또 당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맘먹는다.


하루쯤 자전거를 타고 두루두루 구경 다녀도 좋겠다.

관광지가 아닌 오지를 찾아다니는 여행도 나름 재미있는데.

짧지만 선이 굵은 동네 한 바퀴다.

젊은이가 보이지 않는다.

빨리 지나가자.


우르릉 우르릉.

스쿠터가 따라온다.

와! 고래 심줄보다 질긴 놈이다.

아무리 해봐라.

아닌 것은 절대 아니여.


시내를 지나고 호텔로 들어서는데, 앞질러 온 젊은이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모든 차를 세우고 우리가 호텔로 들어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졌다!

이 정도면 져주자.

눈치 빠르게 사 줄 만큼 서너 장씩이다.

12장에 10달러면 큰 바가지 쓴 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방법은 가지가지.

분명 성공할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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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2인 1조로 타야 하는 통은 좁고 길이는 긴 보트.

아주머니 뱃사공은 발로도 노를 젓는다.


킹콩 촬영장이었다는 곳에 내려 사진을 찍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강의 풍경은 멋진 그림 한 폭이다.

벼가 익는 가을이면 황금색 물 논 사이로 파란 강줄기.

산의 붉은 단풍들은 물로 다이빙하는 모습이겠다.

그곳을 배로 지나간다면 천국으로 가는 길목이겠지.


이곳 땀꼭에는 배가 1,000대쯤 되고, 근처의 짱안에는 2,000대나 된단다.

배를 운행하는 기회는 일주일에 한 번쯤 배당이 된다.

주로 노인들인데, 미안해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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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로 들어가는 길목에 한 무리의 진격하는 배들.

사진기를 들고 있는 여자들이다.

외국 여행객들은 아주 단호하다.

조금 심한 돈 냄새다.

1시간 정도의 체험을 마치고 이른 귀가다.


숙소로 가는 길목 주스 집.

생과일주스를 마시고 50만 동을 주니, 사장님 신발에서 연기가 난다.

그 큰돈을 바꿀 수가 없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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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쌀쌀한 날씨지만 수영은 기어이 해야겠다는 기용이.

헬스장과 스파도 있지만 유료다.

논 너머로 쳐다보는 산들이 다가온다.

텀벙거리며 물장난도 치고, 수영 실력도 뽐내 보고.

아이가 되었다.

50년 전쯤 천둥벌거숭이가 되었다.

여기서 한 삼일쯤 쉬어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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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낙원이라는 호수를 보트를 타고 둘러본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볼 수 있다.

이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베트남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언젠가 오늘을 생각하며 왕년 이야기를 하겠지.

닌빈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좌판에서 산 과일과 피자를 안주 삼아 낮술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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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본격적으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로 빨리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통은 끝없는 시골길을 달린다.

주유소라도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기승이.

드디어 소식이 온 것이다.

검은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안 되겠다 싶은지 통은 공사하는 사거리 한복판에 차를 세운다.

주변에 몸 숨길 것 하나도 없는.

유일하게 남은 조선의 선비 기승이도 어찌할 수 없는 방광의 반란.

체면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물폭탄.

염치와 바꾼 편안함.

몇 년 치 술자리 안주다.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식사.

투에게 제일 근사한 식당으로 안내하라는 준홍이.

비용이 비싼가 보다, 투는 따로 먹겠단다.

맘씨 좋은 한국 대표 중년들이 그럴 수는 없지.

베트남에도 잘 사는 사람들은 무지 많은가 보다.

발 디딜 틈도 없다.

이름 있다는 음식 다 줄 서 있다.

처음 보는 것까지 세상의 음식은 다 나왔다.

먹다가 죽게 생겼다.


마사지도 최고급으로 하잔다.

시내의 근사한 건물로 들어간다.

제일 센 것으로 주문했더니 태국 마사지로 한단다.

기승이와 5층으로 안내를 받는다.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따로 내놓으라고 바구니를 준다.

아무것도 없다고 했더니 휴대폰을 내란다.

그것도 없다고 했더니 안색이 변하는 안마사.

헛심 쓰겠다 싶은 모양이다.

매운 손맛이다.

젊은것이 분풀이를 내 다리에다 한다.

다리를 들어 허리를 밟으니 찡하게 당기는 아픔.

아이고 내 허리야.

억 소리가 터져 나온다.

확실히 태국이 맵다.


기대하지 않은 모양인데, 준홍이가 주는 팁이 생각보다 많았는지 환호성을 지른다.

네 명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손을 흔들며.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겠지.


공항으로 가는 차 안.

남은 돈은 모두 주고 가려는 준홍.

투도 통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공항은 아수라장이다.

찜통 같은 더위를 사람들 틈에서 견디고 있다.

저 느긋한 표정들.

올 때는 너희 맘이지만, 갈 때는 우리 맘이라는 심보.

가야 한다.

따라오지 않으려는 다리를 끌고 가야 한다.

처음으로 밟은 동남아.

좋은 기억들 한 보따리 들고 간다.


저녁을 뚫고 비행기는 날라 김해로 간다.

시차 때문에 두 시간을 건너뛰니 어느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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