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

by 이웅진

축축하게 젖은 나무에게

소화기는 짐이 되어버리고


아무도 쉬어가지 않는 곳에

놓여버린 의자처럼


축축한 나무는 애초에

땔감도 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쓸모라는 건

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나무도 의자도 소화기도

존재의 짐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불을 질러주고

소화기의 빨간 웃음소리와

나무 의자의 검은 미소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꿀떡 삼켰습니다

꽉 막힌 곳이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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