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

by 이웅진

예수님은

모기와 함께 다닙니다

물린 곳에 십자를 세기면

가려움을 사하여 주십니다


'차라리 모기를 없애주세요!'

열렬한 신도의 기도가 들립니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 귀를 세웁니다


'모기의 존재가 신의 부재의 증거입니다'

냉정한 평론가의 논평이 들립니다

나름 철저한 주장이라 귀를 기울입니다


'저를 물어주세요. 제게도 십자 낙인을 찍어주세요'

광신도 혹은 사이비 신도의 기도도 들립니다

귀를 세우고 계십니까? 기울이고 계십니까?


물린 곳도 없는데

온몸이 가려워

온몸을 십자가로

뒤덮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아니, 그 누구에게도

부활할 능력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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