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애들이 하교하고 나면 교실에 혼자 있다는 것'이다.
이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 이유는 교실에 혼자 있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회사원인 친구들이 '너넨 칸막이 두고 서로 붙어 앉아있지 않아도 돼서 좋겠다~'라고 할 때면 내가 편한 건 확실한 것 같은데 한 편으론 걱정이 된다. 반나절 이상 어린애들하고만 있다가 그 이후에는 혼자 있는 일상. 그것이 나한테 별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처럼 자취하는 사람이라면 퇴근 후 따로 약속을 잡거나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집에 가서도 쭉 혼자다. 그래서 가끔 피곤해서 퇴근하자마자 집콕하는 날에는 거의 우리 반 애들 외엔 아무랑도 얘기 안 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나는 이런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자꾸 혼자 두기 시작하면 사회성도 점점 떨어질 것 같고, 뭔가 내 세상에 갇혀있는?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렵다. 그래서 최대한 퇴근하고 나서도 친구를 만나든 모임에 참여하든 하려고 하는 게 그런 고인물이 되기 싫어서다.
가끔 교장, 교감선생님들이나 평교사 오래 하신 분들 보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분들이 있다. 뭔가 되게 아름답게 말씀하시고 정말 단아하신데 머릿속이 꽃밭이라고 해야 하나. 현실 세상과 동떨어져있는 느낌이 드는 분들이 계시다.
일평생 아이들하고 바른 소리, 도덕, 규범을 이야기하시면서 지내셔서인지 말씀하시는 문장 하나하나가 참 주옥같고 예쁜데 뭐랄까 현실감은 없는? 아 뭐라고 딱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되게 붕 떠있는 느낌이 드는 분들이 계시다. (이런 분들하고는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죄악 같다. 노골적으로 자본주의적 색채가 드러나는 것은 뭔가 싫어하실 것 같고, 심지어는 아예 그런 것에 대해 모르실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내가 교사 집단에 들어와 8년간 생활하면서 그런 분들을 몇 분 봤는데.. 뭔가 되게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아우라가 풍기시면서도 쉽사리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꽃밭 분위기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단 오~랜 기간 아이들과 아름답게 지내시고 또 퇴근 후에도 그리 고되거나 힘든 일을 하지 않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나는 그런 분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분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인생을 찐하게 느껴보고 싶다. 설령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치열하게 부딪히며 현실 감각 뚜렷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전에 어떤 모임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역시 초등 교사 셔서 그런지 되게 우아하시고 아름답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분은 나한테 칭찬으로 이런 말씀을 하신 거겠지만 나한테는 이게 욕으로 들렸다. 그 말이 내가 뭔가 붕~떠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 사람 같다고 들렸기 때문이다.
아아 나는 외로운 교실 섬을 벗어나 연꽃이 진흙 속에서 찬란한 꽃을 틔우듯 나 역시도 끊임없이 바깥세상과 소통하며 비록 상처 입을지라도 또렷한 현실감각을 빛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