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30분 추가 노동 뒤에 집 가는 길..
기가 잔뜩 빨린 채 공허한 눈빛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지하철로 걸어가는데 맞은편에 여자 꼬맹이 세 명이 수다를 떨며 걸어오고 있었다.
셋 다 도복을 입은 걸 보니 아마 태권도를 하고 집에 가는 길인듯하다. 쪼끄만 몸으로 아이스크림 물며 수다 떠는 모습이 한 2~3학년쯤 돼 보인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다 보니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다가 걔네 중 한 명이랑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나는 분명 모르는 얼굴들이다... 심지어 내가 담임 맡고 있는 5학년들과는 다르게 작은 몸집이고...
그런데 나랑 눈 마주친 여자애가 날 보자 눈이 똥그래지면서 "어.. 어~??? 어~~??!!" 한다.
나는 혹시 날 아는가 싶어서 황급히 지나쳤다.... 길에서 애들이 큰 소리로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면 너무 민망스럽기 때문이다. (그냥 눈에 안 띄게 길바닥 행인 1 하고 싶다..)
그랬더니 다행히 서로 큰 반응(?) 없이 멀어졌는데 한 1분쯤 뒤 갑자기 저~~~~ 멀리서 "탐반???? 탐반 턴탱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ㅋㅋㅋㅋ
나는 혹시나 해서(제발 아니길 기도하며)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꼬맹이 셋이서 폴짝폴짝 뛰면서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ㅋㅋ
탐반 턴탱님!!!! 안녕하테효!!!!!
하하.. 하핫...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봤다..(수근수근~ 학교 선상인가 봐..) 나는 인사를 받았으니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엉거주춤 반응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머리도 꾸벅해줬다.
아.. 네... 안녕하세요.. 헤헤...(꾸벅)
애들은 나하고 인사까지 마치니 흡족한 얼굴로 걸어갔다..
뭔가... 게임 속 NPC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귀여움.....
굳이 굳이 인사하면서 아는 척하고 싶은 마음도 귀여웠고.... 3반 선생님인데 탐반 턴탱님이라 한 것도.. 귀여웠다 ㅋㅋ
아~~~~ 갑자기 딸 낳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