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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Oct 12. 2022

애들한테 신경 좀 써주세요..

옆반 선생님은 남편 따라 외국에서 살다 오신 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 크게 얽매여계신 스타일도 아니고, 쇼핑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으시다. 뭔가 전체적인 느낌이 신도시에서 걱정 없이 사는 부자 아주머니 느낌이다.


선생님은 자기 반 아이들에 대해서도 프리 하시다. 애들이 좀 예의 없거나 과잉 행동을 해도 크게 뭐라 하시거나 다잡아주지 않으신다. 그러면서 당신 스스로 "나는 애들 행동에 대한 역치가 높아요~ 이 정도는 애교지요 뭐 호호"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런 선생님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태도가 너무 좋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선생님의 교육 방식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다 ㅠㅠ


1. 우선 아침부터 옆반 애들이 교실 밖으로 나와 뛰어다니고 소리 지른다.


내가 출근하는 8시 20분에 옆반을 보면 애들이 복도에 나와있다. 옆반 선생님께서는 그냥 애들한테 지나가듯이 "교실로 들어와요~"라고 하시거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신다. 그래서 그런지 애들이 복도 전체를 뛰어다니면서 장난치고 소리 지른다.


아침을 차분히 시작하고픈 나는 우리 반 애들한테 조용히 독서를 시키는데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애들을 보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우리 반 애들도 옆 반애들이 노는 걸 보면서 놀고 싶어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애들이 아침부터 저렇게 규칙 없이 막 노는 것을 습관화시켜주고 싶지는 않다. 3월부터 아침 독서가 습관이 되어 책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반 애들은 옆 반 애들이 내는 소리에 상당히 불편해한다.


나는 옆 반 선생님이 아무리 휴직을 오래 하셨어도 나이로 보면 10년 이상 선배시기 때문에 옆 반 애들을 나무라기가 좀 뭐하다.


전에는 옆 반 남자애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남자애가 나만 보면 귓속말하면서 째려보길래 한 마디 했더니 옆 반 선생님께서 엄청 민감하게 받아들이셨다. 자기는 그 애가 웃겨서 좋다고 하시며 그 아이를 두둔하시는 듯 말씀하셨다.


그리곤 한 동안 내가 당신 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주 물어보시며 예민해하셨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옆 반 애들한테 뭐라 하기가 되게 어려워졌다.


2. 우리 반이 화장실 옆인데 옆 반 애들이 화장실에 상주하며 남녀끼리 장난을 치고 떠든다.


우리 반이 화장실 옆반이라 가뜩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데 옆 반 애들이 거기에 기름을 붓는다. 얘네들은 정말 교실에 왜 안 가는지 모르겠다. 쉬는 시간이나 가끔 담임 선생님의 감시가 소홀하실 때엔 수업 시간마저도 화장실에 와서 상주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애들 여자애들끼리 뭉쳐서 장난을 치며 화장실 문을 거칠게 열고 닫는다거나 소리를 지른다.


우리 반 애들은 조용히 공부하다가도 화장실 소음 때문에 피해를 본다. 오죽하면 1인 1역에 <화장실 경찰>이라는 역할을 만들자는 건의까지 들어왔다. 애들이 자체적으로 '화장실 경찰'을 만들어 화장실을 단속하는 것이다. 애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이런 것까지 만들자 했을까?


사실 내가 옆 반애들한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좀 어려웠는데 애들이 이렇게 나서 주니 나야 너무 땡큐였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 반엔 화장실 경찰이 활동 중이다.)


요즘엔 현장체험을 갔다 오더니 옆 반 애들이 기가 더욱 살아서 가관이다. 내가  걔네들이 우리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면 일부러 "몇 반이에요?"라고 물어보는데 정말 눈 하나 깜짝 안 하면서 "o반요."라고 대답한다. 뭔가 무시당하는 느낌도 들고 기분이 나쁘다. 도무지 선생님을 어려워하거나 자기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태도가 보이질 않는다.


나는 아무리 교권이 하락한 시대라고 하더라도 담임교사로서 신경 써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신경 써주고, 담임교사로서 잡아줄 부분은 확실히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을 이렇게 될 대로 되란 듯이 풀어놓는 옆반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싫다.


우리 반 애들은 옆 반 애들이 자기들한테 너무 과도하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스트레스받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종일 옆 반애들이 우리 반쪽으로 와서 쿵쾅쿵쾅 뛰며 잡기 놀이하고 소리 지르고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말로 타일러도 그때뿐이다.




아 이런 답답한 심정을 글로 풀어내니 후련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옆반 샘께 죄송하기도 하다. 그냥 내가 느낀 것은 옆반 선생님 스타일 자체가 애들을 별로 제어하지 않는 스타일이신 것 같다. 당신 스스로 애들에 대한 역치가 높다고 하셨듯이 굉장히 프리 한 분이신 듯하다.


옆반 선생님께서 종종 애들을 늦게까지 남겨서 수학 지도하실 때가 있으신데 그런 걸 보면 생활 지도보다 오히려 학습적인 면을 중시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남은 2학기 동안 우리 반에 피해만 덜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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